[문화] '사이버 怪談' 처벌 더 단호해야 한다

2016-01-27

'사이버 怪談' 처벌 더 단호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5일,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을 ‘군이 침몰 원인 조작 시간을 벌려고 구조를 늦췄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신상철 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로 선처한 이유를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으므로 더 이상 국민이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는 항소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이고, 그가 쓴 책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도 여전히 팔리며, 천안함과 세월호의 진실이라는 주제 강연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이 더는 현혹되지 않아 국론 분열과 정부 불신이 해소될 것이란 판단은 재판부의 낭만적인 생각일 수 있다.


괴담(怪談)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괴담의 유포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침몰 원인을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구조를 하지 않는 ‘국가’, 침몰 원인을 조작하기 위해 증거를 없애는 ‘장관’.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국가는 이미 국가가 아니고 정부 역시 이미 정부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번 재판을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짓을 퍼뜨린 것은 단순히 국군이나 국방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형법이 있음에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러한 죄를 지은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중하게 처벌토록 하는 정보통신망법을 별도로 두고 있는 취지를 생각해 볼 때 신씨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는 다소 실망스럽다. 우리는 일본 원전 괴담, 메르스 괴담 등을 통해 괴담이 미치는 사회적 혼란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하지만 괴담으로 치러야 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에 비해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 가볍다. 그나마 괴담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하면 처벌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딱히 처벌할 수도 없다.


사이버 괴담을 규제하려 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반대 논리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가 크고 많을수록 그에 대한 책임도 크고 많아진다.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면 그만큼 자신의 표현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책임 의식 없이 자유만을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심이다. 괴담의 속성은 유포자가 죄의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괴담에 살을 붙이고 더욱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조력자들은 더 죄의식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유포된 괴담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회를 매우 혼란스럽게 하거나 최악의 경우 국가를 전복할 수도 있다.


사이버 괴담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사이버 괴담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거짓 괴담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때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사이버 공간도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성숙한 시민으로서 남을 배려하고 서로 존중해야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시민 의식이 정착돼야 한다. 괴담의 유포자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어느 사회든 이런 부류의 사람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괴담에 힘을 보태거나 살을 붙이는 조력자가 없다면 괴담은 그 속성상 금세 죽어 버린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일보 2016. 1. 27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127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