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빅데이터 발전, 프라이버시 보호에 달려

2016-07-22

빅데이터 발전, 프라이버시 보호에 달려


증기기관 발명에 따른 기계화를 1차 산업혁명, 전기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시대를 2차 산업혁명, 컴퓨터 발명에 따른 자동화 시대를 3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한다면, 지금은 고도화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지능정보 기술의 상용화가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표적 신산업 분야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핀테크(Fin-Tech) 등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하는 전망이다. 그런데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key)'는 '빅데이터'다. 컴퓨팅 기기가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결과와 행동을 예측하고 문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을 빅데이터 기반 기술이라고 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 기반 기술은 국가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는 핵심 역량일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기반 기술은 '정보'의 수집과 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므로, 그 정보 속에 포함된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식별정보의 처리를 피할 수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 시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처음에 동의한 처리 목적이 변경될 때마다 다시 추가로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러 경로에서 수집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복합적으로 결합·분석되는 빅데이터 환경에서 미리 목적을 지정해서 사전에 동의를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그림, 영상, 음성 등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는 개인정보 포함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기 때문에 미리 처리 목적을 특정해서 동의를 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사전 동의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빅데이터 기반 기술의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전동의(opt-in) 제도를 사후거부(opt-out)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도 여론과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선진 각국들이 고민 끝에 내놓은 해법이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다. 개인에 대한 식별성을 제거하고 빅데이터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여도 재식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가 개인정보 보호 기조를 후퇴시키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들이 합동으로 학계·산업계·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에는 정보집합물(데이터 세트)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를 해야만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비식별 조치를 취한 정보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재식별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사전에 반드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비식별 조치 적정성 평가단'의 확인을 받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식별 조치된 정보라도 향후 기술 발전 및 결합 가능 데이터 증가로 재식별 위험성이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준하는 관리적·기술적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라는 근본이념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비식별 조치를 철저히 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재식별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재식별 시도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비식별 조치된 정보라도 개인정보 못지않게 안전하게 관리하여 자신의 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철저한 자율적 자기관리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야만 빅데이터 산업이 더욱 안정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매일경제 2016. 7. 21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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