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국내 인터넷기업 규제 역차별의 심각성

2017-02-03

국내 인터넷기업 규제 역차별의 심각성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단 일주일 만에 이용자가 7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포켓몬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인데 구글은 우리나라의 지도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에선 이미 출시된 게임이 우리나라에 반년 넘게 서비스되지 않은 이유가 마치 이것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도 정보 해외 반출을 불허했음에도 포켓몬고는 국내에 정상적으로 출시되었다. 결국 지도 정보와 포켓몬고 게임은 전혀 관계가 없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구글이 우리나라 지도 정보를 얻기 위해 포켓몬고 게임 열풍을 지도 정보 반출 허용 여론에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매출액을 알 수 없다. 구글의 한국 현지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외부 감사와 공시가 면제되어 정확한 매출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극히 일부만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구글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별도의 세금을 만들어서라도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구글세'라는 용어가 생겼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비단 조세를 회피하는 것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 청소년보호, 인터넷윤리 등의 정책 집행에도 항상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이나 서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속과 집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외국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규제 집행력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계속해서 생산해 내고 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집행 수단이 부재한 상태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당연히 국내 기업만 강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서비스와 관련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국회와 정부는 그 해결 수단으로 너무나 쉽게 규제의 칼을 만들어 버린다. 그 칼끝이 외국 인터넷 기업에도 미칠 수 있는지는 따져보지도 않는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니까 국회와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 법정손해배상, 과징금 등 온갖 규제를 다 만들어 버렸다. 어린 학생들의 게임중독이 이슈화되니 아예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이들 규제 자체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규제가 외국 인터넷 기업에도 국내 기업들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규제 역차별은 이제 사업자 간의 불공정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주권의 실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인터넷서비스에 대해 규제의 집행력이 미치지 못하면 그만큼 국가주권의 힘과 권위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규제를 우회 또는 회피함으로써 우리나라 국가주권의 권위를 실추시킬 때에는 국회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규제 형평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만들 때부터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 집행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의 집행이 사실상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한 규제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것이 아닌 한 국내 기업에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를 할 때부터 국외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그 집행이 가능한지를 반드시 따져보라는 것이다. 외국 기업의 편법과 탈법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못 하면서 우리 기업의 손발만 묶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2017. 2. 3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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