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민노총·전교조 ‘적폐’와 文정부 책무

2017-06-30

민노총·전교조 ‘적폐’와 文정부 책무


요즘 정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으며 현 정부의 중요한 국정철학이기도 하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하고, ‘청산(淸算)’이란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린다는 뜻이다. 결국, 적폐청산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을 없앤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폐청산의 대상은 오랫동안 ‘관행화한 불합리·부조리’가 될 것이다.


청산의 대상이 돼야 할 적폐(불합리·부조리)는 보는 이의 생각과 시각에 따라 달라서는 안 되고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어떠한 것을 두고 어떤 이는 적폐라 하고 다른 이는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을 청산하는 것이 반드시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게 아닐 수 있다. 특정 이념이나 계층만 적폐라고 생각하는 것을 권력의 힘으로 쓸어버린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이며 부조리다.


최근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내로남불’이란 말이 유행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우스갯소리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등의 의혹들에 대해 너그럽게(?) 넘어가자는 여론(?), 더 나아가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은 어떠한 ‘적폐’를 청산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만약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여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의 행태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면 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다. 이처럼 청산해야 할 적폐가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이때 우리를 정말 멘붕에 빠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민노총의 총파업이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총파업이라고 한다. 문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이미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계와 논의를 시작했으며, 대통령도 노동계 요구 사항이 많겠지만 1년만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으나 민노총은 총파업 강행 뜻을 꺾지 않고 있다.


매년 여름이 돌아오면 민노총은 어김없이 이른바 ‘하투(夏鬪)’를 해왔다. 여름철 연대 투쟁이다. 지난 대선 기간에 민노총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총파업을 할 것이라 공언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명분이 있든 없든, 여론이 좋든 나쁘든, 이슈가 있든 없든 무조건 여름이면 총파업을 하고 보는 민노총의 행태가 진짜 청산해야 할 ‘적폐’는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도 적폐청산이 특정 이념과 계층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진짜 ‘적폐’를 청산하는 일임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보여주길 바란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집단휴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거두고 불법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선별적 급식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만 따로 급식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것이어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됐다. 그런데 이번 총파업으로 학생들의 급식이 중단된다.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싸 오라는 것이 학교의 대책이다. 형편상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진짜 상처를 입는다면 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총파업을 주도하는 민노총에 묻고 싶다. 작은 명분에 집착해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파업을 중단함으로써 새 정부의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민노총부터 적폐를 청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2017. 6. 30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630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