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구글과 카카오 차별하는 통신사

2017-10-27

구글과 카카오 차별하는 통신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9월 중으로 인터넷 기업 역차별을 조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인터넷 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발굴해서 해소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 통신망 사용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최근 페이스북과 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부담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압도적인 트래픽을 내세워 국내 통신사에 우회수단인 캐시서버를 별도로 제공받지만 망 사용료는 거의 내지 않는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한국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무료로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내에 캐시서버가 없는 상태에서 페이스북 접속량의 급격한 증가는 당연히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면 국내 사용자들이 외국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까지 갈 필요가 없으므로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내듯이 페이스북도 사용료를 내는 것이 합당한데 이것을 못 내겠다고 버티는 페이스북의 행태가 비난받아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구글에는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국내 통신사들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에만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므로 국내 사업자에도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통신사들이 구글에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국내 사업자들의 불만에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국내 사용자가 국내에 캐시서버가 없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국내 통신사들이 국제 망 접속에 따른 접속료를 외국 통신사에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접속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통신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의 유튜브를 위한 전용 캐시서버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었음이 밝혀진 바 있다. 페이스북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통신사에 캐시서버의 망 사용료를 무료로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에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오히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에도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망 사용료까지 면제받는 것에 감정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망 사용료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에 정당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풀어야 할 과제다. 관련 세법을 고쳐서 국내에 전용 캐시서버를 둔 경우 이를 고정 사업장 범주에 포함시키고 서비스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지금 통신비 인하를 두고 정부와 통신사 간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기회에 통신사들은 망 중립성을 실현하고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망 사용료는 받지 않지만 그래도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위해 지속적으로 망을 고도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투명하게 원가 계산해서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무조건적인 통신비 인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원가에 비해 통신비가 적정하다면 통신비 문제를 복지적 차원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옳고, 반대로 원가에 비해 통신사가 과도한 수익을 얻고 있다면 적정한 수준의 통신비 인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인터넷 기업이 차별받지 않는 상생의 망 중립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2017. 9. 8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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