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 세계 1등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자조적 비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법을 만드는 정부나 국회는 언제나 선진국의 사례를 요구하기 때문에 해외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어떤 경우에는 선진국의 사례나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신산업이 싹도 펴보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그 지경에 놓여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선제적 경영과 안정적 성장에 커다란 제한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편법 활용하지 못하도록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은산분리 규제의 골자다.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최대 10%, 그중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밖에 보유할 수 없다. 한마디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뱅크'가 아닌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또 하나의 은행'이라면 기존 은행들에 적용되는 은산분리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시비를 걸기 어렵다. 그러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말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또 하나의 은행"이 아니라 기존의 은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은행"인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뱅킹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인프라를 비롯한 정보 자산과 빅데이터 기반 기술, 시스템 노하우, 제휴 능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은행이다.
운영 방식만 다른 게 아니라 기존 은행이 포섭하지 못했던 중신용자들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적 요소 중 하나다. 통신비 납부 데이터나 생활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4~7등급의 중신용자들도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까닭에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경영 전략과 타깃 마켓(target market)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라는 기반이 있기에 카카오뱅크의 차별화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 2014년까지 퇴출된 인터넷전문은행 14곳 중 10곳이 설립 주체가 ICT와 관련 없는 은행권이었으며, 2016년 기준 미국 50위 내 은행 중 인터넷전문은행 8개 모두가 전자상거래서비스기업 등 ICT 전문 기업들이 설립 주체다.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규제 탓에 인터넷전문은행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늦게 출범한 데다 은산분리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정말 참담한 일이다.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25% 이상을 원칙적으로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했으나, 25%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쟁적 평등 은행법'을 제정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은산분리의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일본은 1997년 은행법을 개정하여 산업자본의 20% 소유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물론 20% 초과 시에는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Mybank, Webank 등 자본금이 8조원에 육박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여럿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자본금 2500억원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의 사슬부터 채워 놓고 앞으로도 절대 풀어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국회가 정말 한심하다. 이제는 '주식보유 한도 제한'이라는 구시대적 규제를 벗어버리고 감독기관에 의한 제도적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규제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말라'는 은산분리는 반드시 완화되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를 하루빨리 완화해서 대한민국 핀테크산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일경제 2017. 10. 27 매경의 창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709433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 세계 1등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자조적 비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법을 만드는 정부나 국회는 언제나 선진국의 사례를 요구하기 때문에 해외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어떤 경우에는 선진국의 사례나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신산업이 싹도 펴보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그 지경에 놓여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선제적 경영과 안정적 성장에 커다란 제한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편법 활용하지 못하도록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은산분리 규제의 골자다.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최대 10%, 그중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밖에 보유할 수 없다. 한마디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뱅크'가 아닌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또 하나의 은행'이라면 기존 은행들에 적용되는 은산분리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시비를 걸기 어렵다. 그러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말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또 하나의 은행"이 아니라 기존의 은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은행"인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뱅킹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인프라를 비롯한 정보 자산과 빅데이터 기반 기술, 시스템 노하우, 제휴 능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은행이다.
운영 방식만 다른 게 아니라 기존 은행이 포섭하지 못했던 중신용자들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적 요소 중 하나다. 통신비 납부 데이터나 생활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4~7등급의 중신용자들도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까닭에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경영 전략과 타깃 마켓(target market)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라는 기반이 있기에 카카오뱅크의 차별화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 2014년까지 퇴출된 인터넷전문은행 14곳 중 10곳이 설립 주체가 ICT와 관련 없는 은행권이었으며, 2016년 기준 미국 50위 내 은행 중 인터넷전문은행 8개 모두가 전자상거래서비스기업 등 ICT 전문 기업들이 설립 주체다.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규제 탓에 인터넷전문은행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늦게 출범한 데다 은산분리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정말 참담한 일이다.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25% 이상을 원칙적으로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했으나, 25%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쟁적 평등 은행법'을 제정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은산분리의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일본은 1997년 은행법을 개정하여 산업자본의 20% 소유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물론 20% 초과 시에는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Mybank, Webank 등 자본금이 8조원에 육박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여럿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자본금 2500억원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의 사슬부터 채워 놓고 앞으로도 절대 풀어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국회가 정말 한심하다. 이제는 '주식보유 한도 제한'이라는 구시대적 규제를 벗어버리고 감독기관에 의한 제도적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규제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말라'는 은산분리는 반드시 완화되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를 하루빨리 완화해서 대한민국 핀테크산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일경제 2017. 10. 27 매경의 창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709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