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法도입 프랑스, 효과 미미…문화적 해결책으로 접근을

2017-09-27

法도입 프랑스, 효과 미미…문화적 해결책으로 접근을


우선 '카톡 금지법'이라는 법안의 별칭부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의 이름을 딴 법안은 자칫 해당 기업이나 서비스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법안의 본질과 제정 취지마저 호도할 위험이 있다. 


퇴근 후 회사나 상사로부터 이메일이나 SNS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싫은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업무 지시가 아니더라도 상사가 단체 채팅방을 여는 것 자체가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 SNS의 활성화로 '읽음 확인' 등 지시 전달 여부가 실시간 확인되는 환경 때문에 퇴근을 해도 퇴근이 아니라는 근로자들의 고충이 너무나 이해된다. 우리 사회의 이런 조직문화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적폐다. 


그런데 문화적으로 '근절'해야 할 것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지나친 회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저녁을 위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서 '회식 금지법'이나 '술 강요 금지법'을 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회식 금지법을 제정한 적 없지만 폭음과 2차, 3차의 긴 술자리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문화적 문제는 문화로 푸는 것이 순리다. 문화의 문제를 법률로 금지할 경우 목적 실현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는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엘콤리법'에서 근로자 50명 이상의 기업은 근무시간 외 노동자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연락할 수 있는 조건을 노사교섭을 통해 결정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게 프랑스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 설문조사기관인 IFOP가 법 시행 6개월 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설문 대상자 가운데 80% 이상이 휴가 중 이메일·문자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안을 비롯해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개정안들은 '문화'의 문제를 '법'으로 풀려고 하다 보니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퇴근 후 상사의 업무 지시가 언제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업무' 지시인지에 대해 법적 정의를 설정하는 것이 곤란하다. 또한 업종별·업무별로 '근로시간'의 개념을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산임금 등을 부과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연결'을 법률로 일괄 금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매일경제 2017. 9. 28 이슈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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