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면박 國監' 이제 끝내야
곧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감시·통제하는 제도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정부나 공공기관보다 민간 기업인들이 더욱 긴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빌미로 재계 총수나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 호통치고 욕보이는 모습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에서는 연평균 52명 정도였던 기업인 증인이 18대 때는 77명, 19대 때는 124명으로 늘어나더니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기업인을 무려 150명이나 불렀다. 국감의 증인 출석제도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할 때 제출된 서류나 피감기관의 진술만으로는 명확한 사실을 규명하기 곤란할 때 해당 사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필요한 증언이나 진술을 듣기보다는 훈계하듯이 큰소리로 호통치고 망신 주는 몰아세우기식 질타만 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놓고 하루 종일 대기시키다 한마디도 묻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는 일도 허다했다. 그런데 올해의 국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개탄스럽다. 국감을 위해 증언이 꼭 필요해서 증인을 부르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른 출석 요구 사유를 살펴보면 기업인을 직접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할 정도로 불가피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되묻거나 호통을 칠 뿐 실제 국감에 필요한 증언을 끌어낸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기업인들이 국감 증인 채택에 극도로 긴장하는 것은 국회에 출석해서 면박을 듣는 것이 싫은 단순한 개인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국회가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을 마치 범죄자 다루듯이 불러 놓고 호통쳐대면 기업 이미지와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국감은 기업·국가·국민 모두를 해롭게 할 뿐 국익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러한 적폐적 관행을 지속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서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대기업을 욕보여 국민에게 반(反)기업 정서를 심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국회가 기업인 호통국감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감시와 질타가 필요하다. 국정감사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특정인을 욕보이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를 줄소환하는 국회의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선거에서 냉엄한 국민의 심판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기회에 국정감사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국정감사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어 왔다. 너무나 광범위한 감사 대상 기관, 무차별적인 증인 출석 요구, 읽지도 않는 방대한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감사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왜곡·변질돼 그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들이다. 원래 감사제도는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않는 과거에 지방행정에 대한 감시를 위해 일정한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정책과 예산의 집행을 살펴보는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한 세상에서 과거와 같이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에 모든 국정의 감시와 통제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 의문이다. 국감으로 인해 오히려 국정이 마비되는 아이러니가 21세기에도 계속돼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국회가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국정조사를 통해 충분히 국정을 감시·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굴절·왜곡된 국정감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당장에 국감제도를 손질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올해부터라도 기업인 호통국감을 자제하고 내실 있는 국감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2018. 10. 5 매경의 창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620147
'기업인 면박 國監' 이제 끝내야
곧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감시·통제하는 제도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정부나 공공기관보다 민간 기업인들이 더욱 긴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빌미로 재계 총수나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 호통치고 욕보이는 모습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에서는 연평균 52명 정도였던 기업인 증인이 18대 때는 77명, 19대 때는 124명으로 늘어나더니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기업인을 무려 150명이나 불렀다. 국감의 증인 출석제도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할 때 제출된 서류나 피감기관의 진술만으로는 명확한 사실을 규명하기 곤란할 때 해당 사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필요한 증언이나 진술을 듣기보다는 훈계하듯이 큰소리로 호통치고 망신 주는 몰아세우기식 질타만 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놓고 하루 종일 대기시키다 한마디도 묻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는 일도 허다했다. 그런데 올해의 국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개탄스럽다. 국감을 위해 증언이 꼭 필요해서 증인을 부르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른 출석 요구 사유를 살펴보면 기업인을 직접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할 정도로 불가피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되묻거나 호통을 칠 뿐 실제 국감에 필요한 증언을 끌어낸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기업인들이 국감 증인 채택에 극도로 긴장하는 것은 국회에 출석해서 면박을 듣는 것이 싫은 단순한 개인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국회가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을 마치 범죄자 다루듯이 불러 놓고 호통쳐대면 기업 이미지와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국감은 기업·국가·국민 모두를 해롭게 할 뿐 국익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러한 적폐적 관행을 지속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서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대기업을 욕보여 국민에게 반(反)기업 정서를 심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국회가 기업인 호통국감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감시와 질타가 필요하다. 국정감사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특정인을 욕보이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를 줄소환하는 국회의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선거에서 냉엄한 국민의 심판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기회에 국정감사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국정감사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어 왔다. 너무나 광범위한 감사 대상 기관, 무차별적인 증인 출석 요구, 읽지도 않는 방대한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감사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왜곡·변질돼 그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들이다. 원래 감사제도는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않는 과거에 지방행정에 대한 감시를 위해 일정한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정책과 예산의 집행을 살펴보는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한 세상에서 과거와 같이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에 모든 국정의 감시와 통제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 의문이다. 국감으로 인해 오히려 국정이 마비되는 아이러니가 21세기에도 계속돼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국회가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국정조사를 통해 충분히 국정을 감시·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굴절·왜곡된 국정감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당장에 국감제도를 손질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올해부터라도 기업인 호통국감을 자제하고 내실 있는 국감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2018. 10. 5 매경의 창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62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