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現 검찰 ‘정치화’를 더 걱정하는 이유

2018-05-28

現 검찰 ‘정치화’를 더 걱정하는 이유


“검찰, 해도 너무한다. 차라리 검찰은 문 닫아라.” 2014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조현오 경찰청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검찰에 분노해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했던 말이다. “검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당 시절에도 검찰이 이러지는 않았다.” 지난 2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드루킹 수사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검찰을 두고 한 말이다. 검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드루킹이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이 소지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려해 버렸다. 영장 기각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자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예상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반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는 검찰이 고발인을 대신해 고발장을 써주기까지 하고,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와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까지 제기하는 강수를 써 가며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으로 대비되는 검찰의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검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검찰의 행태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금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치검찰’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정치검찰을 청산하겠다며 벌이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오히려 더 ‘정치검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벗는 길은, 정권이나 특정 정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법에 따라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보직까지 일일이 좌지우지하는 현 인사 시스템에서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지금 검찰의 정치화 경향은 과거보다 더 심각한 측면이 있다. 인사 제도로 인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지만, 특정 정파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가진 검사들이 이른바 소신을 내세워 수사 과정에 정치적 판단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예단하지 않고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검사의 사명이다.


정치적 사건이라 해서 다른 사건들과 달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현 정부에서도 검사가 정권이나 조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 현 정부 역시 적폐청산을 내세울 자격이 없다. 자신의 이념과 뜻에 맞는 사람을 가까이에 두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는 전문가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만 주요 보직에 둔다면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니 화이트리스트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업무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검찰 조직을 개편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형식적 처방만으론 정치검찰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 인사의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법관인사위원회와 같은 외부 감시 거버넌스가 있어야 정치검찰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검찰 인사에 대한 외부 감시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주문한다.


문화일보 2018. 5. 28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28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