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國 인터넷 플랫폼의 중요성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새삼 자국(自國) 인터넷 플랫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플랫폼들은 포털 메인 페이지에 코로나19 관련 배너를 달고 선별 진료소 위치 등 필요한 정보를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들은 전혀 다른 나랏일처럼 무관심하다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나 허위 치료법 등 위해성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우리 정부가 요청했을 때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던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들이 미국 정부의 요청이 있자 ‘허위 정보를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적 마스크 제도가 시행됐을 때에도 우리의 착한 개발자들과 인터넷 플랫폼들이 없었다면 정부의 힘만으론 대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히려 구글은 공적 마스크 정보, 선별 진료소 정보 등을 제공하는 코로나19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을 앱 마켓(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하거나 검색을 막았다.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의 입장에서 한국은 조그만 시장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재해·재난에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이 자신들의 일처럼 움직여 주길 바라는 게 오히려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해·재난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언제든 예고 없이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일상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재해·재난 시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나라의 인터넷 플랫폼이 없다면 구글이 미국 백악관의 요청만큼 우리나라 정부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는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재해·재난에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이고 우리의 ‘인터넷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적 비상 재난에 대비해 통신망 구축에만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망에 흐르는 콘텐츠들의 플랫폼, 즉 ‘코리안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정부도 이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 공영방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라이브 특강을 듣기 위해 수백만 명의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자 해외 인터넷 플랫폼인 유튜브에 라이브 특강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유튜브를 시청하라고 유도했다.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네이버tv와 카카오tv를 통해서도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인식과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원론적 문제 이전에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인터넷 플랫폼을 지키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내 인터넷 플랫폼의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역차별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로 거대 골리앗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우리 인터넷 기업들의 발목만이라도 잡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인터넷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도 무겁다. 가짜 뉴스 등이 난무하는 현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도입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핵융합만큼 빠른 속도로 융합과 변화가 수시로 이뤄지는 인터넷 시장을 정부가 실물 시장처럼 획정해 규제하려는 어이없는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인터넷 플랫폼의 생존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깨달아야 한다.
문화일보 2020. 4. 29. 문화논단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901033711000001
自國 인터넷 플랫폼의 중요성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새삼 자국(自國) 인터넷 플랫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플랫폼들은 포털 메인 페이지에 코로나19 관련 배너를 달고 선별 진료소 위치 등 필요한 정보를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들은 전혀 다른 나랏일처럼 무관심하다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나 허위 치료법 등 위해성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우리 정부가 요청했을 때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던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들이 미국 정부의 요청이 있자 ‘허위 정보를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적 마스크 제도가 시행됐을 때에도 우리의 착한 개발자들과 인터넷 플랫폼들이 없었다면 정부의 힘만으론 대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히려 구글은 공적 마스크 정보, 선별 진료소 정보 등을 제공하는 코로나19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을 앱 마켓(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하거나 검색을 막았다.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의 입장에서 한국은 조그만 시장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재해·재난에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이 자신들의 일처럼 움직여 주길 바라는 게 오히려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해·재난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언제든 예고 없이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일상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재해·재난 시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나라의 인터넷 플랫폼이 없다면 구글이 미국 백악관의 요청만큼 우리나라 정부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는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재해·재난에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이고 우리의 ‘인터넷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적 비상 재난에 대비해 통신망 구축에만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망에 흐르는 콘텐츠들의 플랫폼, 즉 ‘코리안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정부도 이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 공영방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라이브 특강을 듣기 위해 수백만 명의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자 해외 인터넷 플랫폼인 유튜브에 라이브 특강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유튜브를 시청하라고 유도했다.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네이버tv와 카카오tv를 통해서도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인식과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원론적 문제 이전에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인터넷 플랫폼을 지키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내 인터넷 플랫폼의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역차별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로 거대 골리앗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우리 인터넷 기업들의 발목만이라도 잡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인터넷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도 무겁다. 가짜 뉴스 등이 난무하는 현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도입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핵융합만큼 빠른 속도로 융합과 변화가 수시로 이뤄지는 인터넷 시장을 정부가 실물 시장처럼 획정해 규제하려는 어이없는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인터넷 플랫폼의 생존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깨달아야 한다.
문화일보 2020. 4. 29. 문화논단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9010337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