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새 정부, 조직 개편 최소화해야

2017-03-03

새 정부, 조직 개편 최소화해야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할 경우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것이며 새로이 당선된 대통령은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정부조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벌써 뜨겁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정부조직 개편 1순위로 꼽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부처 생존 로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른 부처들도 사무분장의 범위를 두고 대선후보 캠프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국정의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대통령이 새로 바뀔 때마다 부처를 떼고 붙이고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있어 왔기 때문에 부처들은 대선 때면 부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부처의 운명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부처가 통합, 분리, 신설, 흡수되는 것은 물론 명칭의 잦은 변경도 문제다. 행정자치부는 행정안전부, 안전행정부를 거쳐 또다시 행정자치부로, 상공자원부는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해양부와 여성부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속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대립을 거듭해 왔다. 사람이 개명을 할 때도 법원의 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중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서 개명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물며 정부조직의 명칭과 사무분장이 어떠한 원칙이나 합리적 절차 없이 수시로 변경돼서야 되겠는가? 


약간의 혼란이 있더라도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고 대통령이 지향하는 국정 방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조직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그러한 혼란을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몇 차례의 신정부 출범 과정을 지켜보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가장 먼저 정부조직 개편 작업부터 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치적 쟁점이 되었고 이 때문에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에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데 52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반산업의 육성을 위해 범국가적 정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처지는 매우 비관적이다. 폐지가 유력시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정책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쯤이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반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저만치 밀려나 있을지 모른다. 


지금처럼 비상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이 매우 빨리 온다. 잦은 정부조직 개편이 원인 중 하나다. 대통령 집권 5년 차가 되면 거의 모든 부처들은 정책 개발, 법령 개정,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중단해 버린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새롭게 개편된 조직을 정비하고 적응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또다시 대선이 다가오면 차기 정부조직 개편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실제로 부처가 자리를 잡고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기간은 겨우 3,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짧은 기간에 정책을 수립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여주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탄핵의 격변으로 인한 국정 혼란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조속한 국정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든 정부조직 개편과 부처 명칭 변경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국회 역시 정부조직 개편을 정치 쟁점화하지 말고 새로운 정부가 발의하는 정부조직법을 신속히 처리하여 국정 안정화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매일경제 2017. 3. 3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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