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심각한 확증편향 현상, 종이신문이 깨야

2019-02-01

심각한 확증편향 현상, 종이신문이 깨야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인간의 심리다. 이른바 인식의 편식이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을 멀리하고 정크푸드(junk food)에 길들여진 편식은 결국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 인식도 마찬가지다.


확증편향은 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를 붕괴시킨다.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이용률은 42.7%로 급성장했음에 반해 종이신문 이용률은 10%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 층은 종이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대학원생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2.1%에 불과했다. 종이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비율은 7%에 그쳤고, 그나마 60·70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놀랄 일도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기술 환경의 변화로 정보 전달 매체가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전이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보 전달 매체의 변화가 단순히 매체만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인식의 편식`이라는 심각한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 종교적 신념, 여혐·남혐 등 이성혐오, 지역 갈등 등을 부추기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정확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이른바 `카더라`가 여과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실체도 알 수 없는 단체가 스스로를 시민단체라고 주장하며 특정한 정치적 이슈나 특정인에 대한 의혹을 성명 형식으로 발표하고, 그것을 인터넷신문이 보도하고, 인터넷신문 기사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 등 OTT에 올리면 그것은 이미 `사실`이 돼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유튜브 등 OTT를 통하여 제공되는 동영상들 중 극단적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는 콘텐츠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보수·우파 또는 진보·좌파 논객을 자청하면서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편향적 시각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보는 이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정보만을 골라 보다 보니 이념적 편향성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편식이 몸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인식의 편향성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잘못된 확신과 신념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증오하게 만든다. 결국 사회공동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확증편향은 기호나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무서운 암적 현상이다. 이러한 심각한 확증편향 현상을 깨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종이신문 읽기의 확산이다. 

대기업에 입사한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종이신문을 보아야 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보고 싶은 것만 찾아보는 인터넷신문이나 OTT와 달리 종이신문을 읽다 보면 헤드라인이라도 보게 되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종이신문은 전문기자들이 수십 번의 팩트체크를 통하여 확인된 사실을 가장 정제된 문장으로 작성한 기사와 사계 전문가들의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마치 온갖 영양식이 잘 차려진 어머니의 밥상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도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국민이, 특히 젊은이들이 종이신문을 읽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과 프로그램에 신문 읽기를 포함시키고,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쉽게 종이신문을 접할 수 있도록 학생 편의시설 곳곳에 신문을 보다 많이 비치해야 한다. 사회취약계층에게 통신비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처럼 이들에게 종이신문을 보급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자녀들이 신문 읽기를 하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당장 오늘부터라도 종이신문을 정기 구독해서 아이들이 종이신문에 자연스레 친숙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확증편향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공동체에 정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범국가적·범국민적 종이신문 읽기 확산 운동이 하루빨리 전개되어야 한다.


매일경제 2019. 2. 1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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