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오피니언 포럼] 수사지휘 내로남불과 권력범죄 은폐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지 9개월 만에 박범계 장관이 검찰 수사권을 또 축소하려고 한다. 국민의 천부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소추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현 정부의 검찰 무력화에 대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 핵심적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여당 정치인 및 지지자들이 평소 주장하는 말과 글을 보면 검찰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검찰은 반개혁적 ‘악의 축’이라는 프레임 속에 자신의 생각을 철저히 가두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악질 재벌과 검찰을 시원하게 혼내주는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드라마 속 검찰은 정말 ‘최악의 축’으로 묘사됐다. “너무 많이 썩은 사과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보다는 그냥 버려야 한다”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지금 정부 지지자들의 시각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과연 검찰이 ‘악의 축’인가? 우리는 검찰을 평가하기에 앞서 오해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즉, ‘제도’의 잘못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의 흠결이 있으면 ‘제도’를 고쳐야 하고, ‘제도’는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있으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처럼 검찰이 지금까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이 검찰 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잘못인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여권 인사들은 검찰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권을 뺏어 공수처나 경찰에 나눠주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의 개편에 치중한다. 법무부가 지난 21일 대검에 보낸 조직 개편안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부서만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를 수사하고, 형사부의 수사는 봉쇄했다. 다른 지검에서는 형사부에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하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제도’를 개편하면 검찰개혁이 완수되는 것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일 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문제가 되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박 장관은 ‘검찰총장 수사지휘’라는 것이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닌가? 내 편이 권한과 힘을 가지면 문제가 없는 ‘제도’란 말인가? 공수처나 경찰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수처와 경찰의 ‘제도’를 또 개혁해야 하는가?
검찰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있다면 인사 시스템이나 외부감시 또는 감찰 등을 강화해서 ‘사람’을 바로 잡으면 될 일이다. 제도 자체를 무리하게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의 공백이 생기거나 중복 수사 등으로 야기되는 혼란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려는 검찰에 제동을 걸어 진실을 묻어 버린다면 이 또한 훗날 ‘적폐’와 ‘악의 축’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출처: 2021. 5. 26일자 칼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52601073111000002)
[문화/오피니언 포럼] 수사지휘 내로남불과 권력범죄 은폐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지 9개월 만에 박범계 장관이 검찰 수사권을 또 축소하려고 한다. 국민의 천부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소추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현 정부의 검찰 무력화에 대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 핵심적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여당 정치인 및 지지자들이 평소 주장하는 말과 글을 보면 검찰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검찰은 반개혁적 ‘악의 축’이라는 프레임 속에 자신의 생각을 철저히 가두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악질 재벌과 검찰을 시원하게 혼내주는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드라마 속 검찰은 정말 ‘최악의 축’으로 묘사됐다. “너무 많이 썩은 사과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보다는 그냥 버려야 한다”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지금 정부 지지자들의 시각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과연 검찰이 ‘악의 축’인가? 우리는 검찰을 평가하기에 앞서 오해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즉, ‘제도’의 잘못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의 흠결이 있으면 ‘제도’를 고쳐야 하고, ‘제도’는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있으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처럼 검찰이 지금까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이 검찰 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잘못인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여권 인사들은 검찰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권을 뺏어 공수처나 경찰에 나눠주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의 개편에 치중한다. 법무부가 지난 21일 대검에 보낸 조직 개편안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부서만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를 수사하고, 형사부의 수사는 봉쇄했다. 다른 지검에서는 형사부에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하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제도’를 개편하면 검찰개혁이 완수되는 것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일 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문제가 되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박 장관은 ‘검찰총장 수사지휘’라는 것이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스스로 자인한 것 아닌가? 내 편이 권한과 힘을 가지면 문제가 없는 ‘제도’란 말인가? 공수처나 경찰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수처와 경찰의 ‘제도’를 또 개혁해야 하는가?
검찰을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있다면 인사 시스템이나 외부감시 또는 감찰 등을 강화해서 ‘사람’을 바로 잡으면 될 일이다. 제도 자체를 무리하게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의 공백이 생기거나 중복 수사 등으로 야기되는 혼란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려는 검찰에 제동을 걸어 진실을 묻어 버린다면 이 또한 훗날 ‘적폐’와 ‘악의 축’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출처: 2021. 5. 26일자 칼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526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