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원전·울산·펀드·출금 수사 주시한다

2021-03-07


[문화] 원전·울산·펀드·출금 수사 주시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며 임명장을 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를 표명하자 1시간15분 만에 전격 수용한 속내가 궁금하다.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의 사의를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검찰 조직의 몽니나 객기 정도로 비난·폄훼하고 있다. 과연 국민 생각도 같을까.

지금까지 국민은 친문 세력들이 이른바 ‘윤석열 욕보이기’도 모자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과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신청까지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몰아내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공격에 대해선 전혀 흔들리지 않던 윤 총장도 자신 때문에 몸담고 있는 조직이 무너지고, 종국적으로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이 파괴될 수도 있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는 총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검찰개혁 프로세스를 모두 쟁취했음에도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해 아예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겁박하니 윤 총장으로서는 더 버티는 것에 한계를 느낀 듯하다.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는 윤 총장 개인에 대한 동정이나 지지 때문에 국민이 이처럼 걱정하고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윤 총장 퇴진이 어느 한 개인의 신분상 진퇴에 불과한 것이라면 국민이 이처럼 걱정하고 분노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국민으로서는, 윤 총장을 결국 쫓아내고야 마는 정부·여당의 속내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와 부패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조직도 시스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의 힘을 빼서 수사·기소권을 여러 곳에 분산하려는 진짜 이유가 검찰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과 인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은 걱정하고 분노하기보다는 당연히 적극 지지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법학자로서 아무리 분석해 봐도 지금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벌이고 있는 일들이 국민의 인권 및 인신 보호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요소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복잡한 사법 시스템으로 국민이 중첩적 수사에 시달릴 수 있고, 수사 사각지대로 인해 조직적 부패가 판을 칠 수도 있으며, 특히 권력형 비리에 대한 입체적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윤 총장이 물러났으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검찰총장과 인사들로 검찰 조직이 채워질 것이다. 그래도 지금같이 검찰 힘 빼기 드라이브를 강력히 밀어붙일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라임·옵티머스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이른바 권력형 범죄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윤 총장의 사퇴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요원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은 정부·여당과 친문 지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검찰개혁 역시 정권의 한풀이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검찰개혁은 이미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적폐’가 될 뿐이다.


 출처: 문화일보 2020.3.5일자/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10305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