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경수·조해주와 ‘정부 중립’ 절실성

2021-07-23


[문화/오피니언 포럼] 김경수·조해주와 ‘정부 중립’ 절실성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다. 개인에 대한 악의적 댓글(이른바 악플)도 강력한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물리는 마당에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반국가적·반사회적 중대 범죄다.

김 지사의 범죄행위와 그것이 지난 대선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란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권 정치인들과 친문 지지자들의 태도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도 부족할 판에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면서 김 지사의 결백을 믿는다는 여권 인사들의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 국가정보원·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 당시 “댓글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로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태도가 너무 달라 같은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전통적인 정보 전달 매체인 방송이나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지지층을 확대하고 끝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지금의 집권당이 요즘은 오히려 ‘가짜 뉴스’를 명분으로 방송이나 종이신문은 물론 1인 미디어나 인터넷 매체까지 강하게 규제하려고 한다.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는 ‘가짜 뉴스’로 규제하고, 악플과 여론 조작으로 상대방이 치명상을 입는 것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최근 경기도교통연수원 사무처장이 운영했던 ‘이재명 SNS 봉사팀’의 선거법 위반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얼마 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했고, 윤 후보는 물론 부인과 친인척들에 대한 온갖 루머와 악의적 댓글이 넘쳐난다. 조직적이든 아니면 지지자들에 의한 자발적·자생적이든 댓글을 통한 여론몰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이 정말 민주적으로 치러지려면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거짓 악플로 여론이 조작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중립적으로 적극 마련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던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 6개월을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3년의 새 상임위원에 친정부 성향의 사람을 서둘러 채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이러한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후임 선관위원을 철저히 중립적인 사람으로 선임해야 한다. 또한, 이 기회에 선거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여당 정치인이 아닌 중립적 인사로 교체하고, 현재 공석인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없는 인사로 인선할 것을 촉구한다. 민주국가의 가장 기본적 요소는 ‘선거’이며, 이러한 선거의 ‘중립성 보장’이 민주주의를 지탱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출처: 2021. 7. 23 일자 칼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723010335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