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주 52시간제 유예, 지금도 늦지 않았다

2021-07-08


[매일경제/기고] 주 52시간제 유예,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근무제가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됐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계속해서 제기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보완 대책도 없이 제도를 강행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가 확대되면서 가장 타격이 큰 곳이 벤처기업, 스타트업, 중소 영세기업들이다. 6월 22일 벤처기업협회 등 16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획일적 잣대에 따른 주 52시간제 도입은 혁신 벤처기업의 핵심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고,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이 무기인 혁신 벤처기업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을 1년만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읍소했으나 묵살됐다.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임을 감안하면 주 52시간제가 가져올 역기능적 파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금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세상은 24시간 조금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매주 168시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는 시대,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불확실성 시대에 법으로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버리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근로자는 시간외근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임금을 포기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임금을 더 주나 다른 사람을 추가 채용해서 임금을 주나 결국 기업의 임금 부담은 같은 것 아니냐는 어리석은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은 단지 사람 숫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숙련된 근로자가 절실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무지의 반론이다. 근로자가 시간외근무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임금을 올려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유치한 주장을 하는 지식인도 있다.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는 임금 비용은 결국 기업을 망하게 하고 근로자 일자리를 잃게 한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는 중소기업 간청에 정부의 화답은 결국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신규 채용한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신규 채용자와 재직자 인건비를 한 달에 각각 80만원, 40만원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사람'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정말 초보적 발상이다. 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주 52시간제가 실시된 2018년부터 작년까지 지원금 약 600억원을 뿌렸으나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은 오히려 2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없는데 '돈'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5~49인 규모 영세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24시간 고객 서비스가 필수인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서비스나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밤낮을 함께해야 하는 벤처기업,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뚜렷한 기업, 사람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영세기업 등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제도 시행 전에 많은 전문가가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제도 시행을 강행했고 시간표대로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 또 '주당' 근로시간 제한을 '월당'으로 유연하게 하거나, 노사 합의에 따라 추가시간 상한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등 주 52시간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출처: 2021. 7.8 일자 기고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7/65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