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가짜뉴스 쫓아내는 종이신문의 힘

2018-04-20

가짜뉴스 쫓아내는 종이신문의 힘


드루킹 댓글 및 공감 조작 사건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뿐만 아니라 그동안 댓글 조작, 가짜뉴스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줄곧 있어 왔다. 여야 당대표가 이 문제로 날 선 언쟁을 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형성되는 여론의 신뢰성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포털과 SNS가 확산되던 초기에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은 과거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가 주도하던 소수 과점형 여론 형성 과정이 시민 개개인의 자율과 참여에 의한 분산 대중형 구조로 바뀔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종이신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고 그 자리를 인터넷신문, 인터넷 포털, SNS 등이 잠식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의 전망과 달리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여론 형성이 긍정적이지만은 않고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가짜뉴스와 댓글 조작으로 여론이 왜곡되는 위험성이 비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추천, 공감, 댓글 수에 따라 뉴스가 우선 노출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은 부지런한(?) 소수가 말 없는 다수의 뉴스 선택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별히 검색을 해서 기사를 찾아보지 않는 한 플랫폼에 노출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몇 개의 기사를 읽는 정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신문 읽기일 것이다.


종이신문만큼 다양한 기사가 한눈에 노출될 수 없는 것이 플랫폼의 한계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수많은 기사 중 어떤 기사를 우선 배치하느냐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과 시비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터넷 미디어가 종이신문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종이신문은 한번 발간되면 수정하거나 지울 수 없고 기자의 실명이 공개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댓글이나 공감 조작도 있을 수 없다. 사실에 기초한 기사를 읽고 어떠한 공감을 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댓글과 공감 추천 수가 기사의 내용보다 독자의 생각과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인식의 강요다.


이러한 폐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최근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의 쇠퇴로 인해 영국 대중이 믿을 수 없는 가짜뉴스에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종이신문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정책 조사를 지시했다. 총리 지시에 따라 관련 부처는 곧바로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인터넷 플랫폼이 뉴스를 생산하는 종이신문사와 공정거래를 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종이신문사가 뉴스 콘텐츠를 인터넷 플랫폼에 제공하면서 디지털 광고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지를 중점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으면 질 낮은 가짜뉴스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종이신문의 안정적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만으로 종이신문의 경영 환경이 금세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독자들이 종이신문을 많이 구독하고 읽는 것이다.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신문의 몰락을 전망할 때도 워런 버핏은 종이신문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 어느 것도 종이신문만큼 양질의 정보를 많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종이신문의 존재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의 예측이 맞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겨우 몇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댓글과 공감 추천으로 나라 전체의 여론이 출렁이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종이신문을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학생 때부터 신문을 읽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신문 구독료를 세액공제해 주거나 저소득층 가정에서 신문 구독을 원하면 이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해봄 직하다.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접어가며 보던 낭만적 풍경이 재현되었으면 좋겠다.


매일경제 2018. 4. 20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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