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중 잣대’만으로도 법무장관 무자격

2019-08-21

‘이중 잣대’만으로도 법무장관 무자격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다른 사람들은 그르다. 목불견첩(目不見睫),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을 접하면서 떠오른 고사성어다.

본인과 부인, 부친과 동생, 동생의 전 부인 등 조 후보자 가족들과 관련된 여러 의혹은 지금까지 청문회에서 낙마한 어떤 공직 후보자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흠결들이다. 위장(僞裝) 소송·거래·이혼·전입,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 논문 표절, 딸 장학금 문제 등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공직을 맡기에 전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의혹들은 진실 여부가 명확히 가려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 후보자가 남들을 비난할 때 내뱉었던 언행들을 생각하면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그의 이중적 잣대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일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내일이라도 열어주면 하나하나 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위장전입한 사람은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나쁜 사람이라며 도덕적·감성적인 비난을 거침없이 내뱉던 사람이 바로 조 후보자 아니었던가.

조 후보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둘러싼 부친과 동생의 소송도 이상하다. 학교법인 이사장인 조 후보자 부친이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학교 이전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의 일부는 조 후보자 남동생이 운영하던 건설사에 하도급을 줬다. 그런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동생과 그 부인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공사비 청구소송을 냈고, 이에 대해 학교법인은 아무런 의견도 없이 변론을 포기했고, 동생 부부가 승소했다. 10년 뒤에 조 후보자의 제수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다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냈을 때도 학교법인은 변론을 포기해 조 씨는 무변론 승소했다. 무변론 패소는 원고의 청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증거가 있거나, 원고와 피고가 모종의 합의를 하고 소송의 흔적을 남길 때 쓰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부친의 빚을 피하려고 ‘위장 이혼’을 한 뒤, 학교법인에서 재산을 빼내기 위해 조 후보자 일가가 ‘위장 소송’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또한, 조 후보자 가족이 74억 원을 약정하고 10억5000만 원을 투자한 사모펀드도 의혹투성이다. 이 사모펀드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가 관급 공사를 수주해 급성장했으며, 이 업체가 문제의 사모펀드 투자를 받기 전에는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업에 왜 거액을 그 시기에 투자했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 어머니가 동생과 이혼한 전 부인 소유의 집에 살고 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안 된다. 또, 조 후보자의 딸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뒤 두 차례 낙제하고도 3년 간 1000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았는데, 장학금을 준 지도교수는 지난 6월 부산의료원장에 취임했다고 한다. 지도교수가 의료원장으로서 적격자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다른 사람들의 사소한 흠에도 매서운 회초리를 들던 조 후보자의 성정(性情)이라면 이처럼 의심 살 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지금 조 후보가 국민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남에게만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다. 조 후보는 법적으로 문제없음은 물론 도덕적·감성적으로도 여러 의혹에 대해 거짓 없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본인과 국가를 위한 일임을 깨닫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9. 8. 20 포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