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곡동 특검법’ 違憲性 제거하라

2012-09-12

‘내곡동 특검법’ 違憲性 제거하라

국회가 3일 본회의에서 의결해 6일 정부에 이송한 ‘내곡동 특검법’을 두고 위헌성(違憲性) 여부에 대한 논란이 크다. 문제의 쟁점은 민주통합당이라는 특정 정당, 그것도 이번 사건의 고발인이 소속한 정당에 사실상의 특별검사 추천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과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반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언제나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건 아니다. 특별검사 추천권을 특정 정당에 부여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검제도의 본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비록 국회 본회의 통과를 통해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 할지라도 특별검사 추천권을 특정 정당에 부여한 것은 이미 정파적 편향성으로 인해 실체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그들 중 대통령이 1명을 반드시 임명하도록 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상 특별검사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내곡동 사저 사건의 일방 당사자인 ‘고발인’에 해당하므로 민주당에 특검추천권을 주는 것은 고발인으로 하여금 수사검사를 사실상 선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특별검사의 준(準)사법기관성을 몰각(沒却)시킬 뿐 아니라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공정한 수사 및 재판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아홉 차례의 특검제가 시행되면서 단 한 차례도 특정 정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적이 없다. 그동안은 변협회장(5회) 또는 대법원장(4회)이 추천권을 행사했고, 심지어 국회의장의 경우에도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이는 행정부에 속하는 수사권의 발동을 국회가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反)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위헌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당시에도 당초 국회의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준 법안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라는 지적이 있어 변협회장에게 추천권을 주는 것으로 수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특검은 물론 일반 수사기관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은 수사기관의 핵심 구성원리에 해당한다. 검찰의 수사에 미진한 측면이 있어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려는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이를 실현하는 수단이 헌법을 위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합의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 유효한 것이지 위헌소지가 있다면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위헌적인 합의에 집착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적·절차적 한계로 인해 재논의가 어렵다면 적어도 특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 추천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과거 특정 정당의 당적을 가지고 있거나 선출직 공무원에 출마했던 자를 제외함으로써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2007년 ‘삼성 특검’에서도 과거 당적 소지를 결격사유로 규정한 적이 있다.


또한 민주당이 추천권을 단독 행사할 경우 특검후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으므로 추천하기 전에 대법원장, 변협회장 등과 협의하도록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유전개발 특검 당시에도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대표, 변협회장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하자고 제안한 전례가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국회가 스스로 헌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아직 기회는 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재논의 과정을 거쳐 특검의 본래 취지에 맞는 특검법이 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화일보 2012. 9. 12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912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