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범죄단체 해산 ‘심재철法’ 절박하다

2013-07-01

범죄단체 해산 ‘심재철法’ 절박하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주요 간부 9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핵심 간부 2명을 체포했다. 범민련은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친북 단체로,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구호로 내걸고 북측과 연계해 활동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했더라도 그 단체는 버젓이 활동할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현행법상 이적단체 등 불법단체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가 법원에 해산명령을 신청할 수도 없다. 그리고 심지어는 법원이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판결했더라도 그 구성원만 처벌할 뿐 단체 그 자체에 대한 해산명령 및 강제집행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7명은 지난 5월 6일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당초 2010년 9월 1일 발의했지만 지난해 5월 제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는데 이번에 다시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안은 여전히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적(利敵)’, 즉 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우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제거하는 일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헌법적 임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적단체임을 뻔히 알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강제해산하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표(票) 계산과 이런저런 눈치 보기에 바빠 입법(立法)을 미루고 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단체의 강제해산은 고사하고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아도 단체의 사이트마저 폐쇄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경찰·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별 게시물을 일일이 검색해 삭제를 요청하고 단체가 이에 불응해야만 겨우 폐쇄가 가능하다. 삭제 요청을 일단 수용해 삭제하는 체하다가 다시 올리는 식의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면 이나마 폐쇄가 어렵다.


법원이 특정 단체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이적단체 또는 불법단체라고 판단한 이상 이들 단체를 강제해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분명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여유가 없이 이적 및 불법단체를 강제해산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불법단체 강제해산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이념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최소한 법원이 이적 또는 불법단체로 판결을 한 경우만이라도 강제해산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단체 자체를 해산하지 않으면 몇몇 구성원을 아무리 처벌해도 단체의 불법적 활동을 막을 수 없다. 새로운 구성원들에 의해 단체는 얼마든지 재건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실정법 위반 판결을 받은 13개 단체 가운데 범민련 등 5개 이상의 단체가 구성원들의 처벌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심재철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안은 어느 단체가 범죄단체라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 법무부 장관의 통보에 의해 안전행정부 장관이 범죄단체에 대해 해산통보 및 해산명령, 그리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법안이다. 국회는 이 법안이 제정·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이 법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 이들을 불법단체의 방조자라고 비난해도 크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 고의적 직무유기로 이 법안이 또 다시 폐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화일보 2013. 7. 1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701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