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선거비용 國庫사기 방지法 절실하다

2012-07-26

선거비용 國庫사기 방지法 절실하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선거비용을 허위로 보전(補塡) 청구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분명히하고 허위 보전 금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물게 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는 개정 의견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려 허위 보전을 받으려 한 후보자·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이를 공모한 해당 회사의 위법 사실과 현황을 공개하고 향후 10년간 선거운동과 관련된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선거비용을 부풀려 허위 보전을 받은 자들에게 사법적 제재는 물론이고 금전적 제재까지 확실하게 가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이처럼 강력한 처방을 내놓은 까닭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11 총선 직전까지 운영했던 씨앤커뮤니케이션즈(CNC)가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전남도교육감의 선거 홍보 업무를 맡아 선거비용을 부풀려 허위 보전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선관위의 법 개정 의견을 일명 ‘이석기 방지법’이라 하는 것이다.


선거비용을 국고로 보전해주는 것은 이른바 선거공영제의 일환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16조 2항에서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하여 선거공영제를 선거운동의 기본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각 정당에 국회의원 의석수 등에 따라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 비례대표, 여성, 장애인 후보자 추천 보조금도 별도로 준다.


원래 선거공영제는 선거의 공정성과 기회 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고 보조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은 후보자가 선거인에게 보내는 선거운동용 홍보물의 우편료를 면제해 주는 정도이고, 몬태나 주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당의 강령·후보자의 경력과 사진 등을 게재한 선거공보를 주정부에서 발행해 주는 정도다. 프랑스 역시 투표용지와 선거 선전문서를 선거인에게 송부해 주고 유효투표의 5% 이상 득표한 후보자에 한해 투표용지·포스터 및 선거 선전문서의 용지대금·인쇄비 등을 국고에서 부담해 주고 있다. 국고보조금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처럼 ‘정당(政黨)하기 좋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국고보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그 비용을 부풀려 국고 사기를 친 범죄가 적발됐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CNC는 이 의원이 2005년 설립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큰 규모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진보 성향 후보들의 선거 기획·홍보 업무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성장했고, 지난 4·11 총선 당시에만 해도 통합진보당 지역구 출마자 51명 가운데 20명이 이 업체에 선거 홍보를 맡겼다.


아직 수사 중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국고 사기사건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국회는 선관위의 개정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장 입법화해야 한다. 국회와 선관위는 차제에 선거관리비용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가 적정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함께 하기 바란다. 또한 선관위는 ‘이석기 방지법’에 대한 의견 제출만 할 게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불법적인 비례대표 선거비용에 보전된 49억5900만 원의 국민 혈세를 환수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CNC에 대한 의혹들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함과 동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2. 7. 26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7260103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