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만이 공직 혁신 해법이다
정부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을 국회에 제출한 지 만 1년이 되던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직(公職)사회 혁신안(案)’을 내놨다. 무엇보다 그 내용이 일명 ‘김영란법’보다 강력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시 공무원이 단돈 1000원이라도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을 불문하고 징계한다. 100만 원 이상 받거나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경우 한 번만 적발돼도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또 퇴직 후 3년 간은 퇴직 5년 전까지 일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취업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3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맡은 업무가 본인·배우자·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지 매년 심사받아야 하고 이해관계가 있다고 결정되면 해당 직무를 맡을 수 없다.
하지만 혁신안이 실제로 작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령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행동강령’ 수준으로는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징계 등 집행을 실제로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나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행법상 징계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뿐 아니라 재취업 금지 규정은 정말 선언적일 수밖에 없다. 재취업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혁신안 발표는 실제 집행 의지보다는 박 시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시(展示) 효과를 노린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의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긴장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개조의 첫 단추는 공직 기강 확립이며 이를 위해 공직 사회의 혁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가시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국회 역시 김영란법의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국민은 김영란법의 원안(原案) 처리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법안에 이런저런 내용들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고 지금은 무엇이 원안이고 어떠한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국회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안의 문제점이라고 제기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또한 법안 처리를 미루기 위한 핑계라는 의심마저 든다.
법안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에 따르면 공직자의 가족들은 공직자의 업무와 관련된 곳에서는 일을 할 수 없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안은 모든 공직자의 가족이 다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고위공직자 및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소속 기관에 채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 아니다.
공직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 또한 있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가족이 금품을 받았다고 공직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공직자가 이를 알았음에도 제공자에게 반환하지 않았거나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금품수수 때문에 선의의 공직자가 처벌되는 일은 결코 없다.
김영란법의 원안은 이해관계가 비교적 중립적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이후 정부 제출안이나 국회 수정안 등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본질이 조금씩 훼손됐다. 그래서 원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흐려지거나 지방선거 및 재·보선이 끝나면 김영란법의 처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 이러한 걱정이 현실이 돼선 안 된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여야(與野)는 국민의 진정한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김영란법의 원안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일보 2014. 8. 11.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81101073137191006
‘김영란法’만이 공직 혁신 해법이다
정부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을 국회에 제출한 지 만 1년이 되던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직(公職)사회 혁신안(案)’을 내놨다. 무엇보다 그 내용이 일명 ‘김영란법’보다 강력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시 공무원이 단돈 1000원이라도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을 불문하고 징계한다. 100만 원 이상 받거나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경우 한 번만 적발돼도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또 퇴직 후 3년 간은 퇴직 5년 전까지 일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취업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3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맡은 업무가 본인·배우자·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지 매년 심사받아야 하고 이해관계가 있다고 결정되면 해당 직무를 맡을 수 없다.
하지만 혁신안이 실제로 작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령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행동강령’ 수준으로는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징계 등 집행을 실제로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나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행법상 징계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뿐 아니라 재취업 금지 규정은 정말 선언적일 수밖에 없다. 재취업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혁신안 발표는 실제 집행 의지보다는 박 시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시(展示) 효과를 노린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의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긴장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개조의 첫 단추는 공직 기강 확립이며 이를 위해 공직 사회의 혁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가시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국회 역시 김영란법의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국민은 김영란법의 원안(原案) 처리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법안에 이런저런 내용들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고 지금은 무엇이 원안이고 어떠한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국회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안의 문제점이라고 제기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또한 법안 처리를 미루기 위한 핑계라는 의심마저 든다.
법안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에 따르면 공직자의 가족들은 공직자의 업무와 관련된 곳에서는 일을 할 수 없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안은 모든 공직자의 가족이 다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고위공직자 및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소속 기관에 채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 아니다.
공직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 또한 있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가족이 금품을 받았다고 공직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공직자가 이를 알았음에도 제공자에게 반환하지 않았거나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금품수수 때문에 선의의 공직자가 처벌되는 일은 결코 없다.
김영란법의 원안은 이해관계가 비교적 중립적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이후 정부 제출안이나 국회 수정안 등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본질이 조금씩 훼손됐다. 그래서 원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흐려지거나 지방선거 및 재·보선이 끝나면 김영란법의 처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 이러한 걱정이 현실이 돼선 안 된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여야(與野)는 국민의 진정한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김영란법의 원안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일보 2014. 8. 11.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81101073137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