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불법에 無관용 원칙 지켜야
불법(不法)시위를 하면서 차도를 막은 혐의로 약식명령이 청구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11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집회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한 채 불법시위를 벌이고, 시위대를 막아서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다. 검찰이 이들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기까지 무려 2년10개월이 걸렸다. 이들이 당시 국회의원, 그것도 저명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이렇게 오랜 기간 처리를 미루다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했을지 의문이다.
당시 상황은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집회 및 시위가 불법을 넘어서서 무법적 상태로 치닫고 있던 때였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당이 대거 합동정당연설회를 개최해 시위는 더욱 격앙되고 급기야 시위대가 현직 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대표가 정 고문과 이 대표를 불법시위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을 고발한 서 대표는 이들이 불법·폭력 집회를 노골적으로 선동했으며 불법 집회 및 시위의 사실상 책임자이므로 법에 따라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처리를 지금까지 미루다가 이제야 약식명령을 청구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법원이 직권으로 ‘공판절차에 의한 심판’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하지 않은 채 기소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지난 3년 동안 검찰이 피의자 신분의 정 고문과 이 대표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들이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힘 있는 정치인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눈치보기 행태와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법 당국의 눈치보기와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서도 반복됐다.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과 운전기사 및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간부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귀가 조치하고 오히려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연행해 밤샘 조사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김 의원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마지못해 김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정 고문과 이 대표 및 김 의원은 모두 불법의 현장에 있었다. 만약 이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면 이른바 현행범이라는 것이다. 불체포 특권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현장 체포와 형사기소가 가능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불법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 연방 정부가 저소득 여성을 위한 낙태 지원금을 폐지하자 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불법시위와 통행 방해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시장은 체포되고 나서 7시간 만에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지만 경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불법시위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 특히, 소음을 일으키거나 사유지를 점거하는 과격·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현장에서 체포하는 ‘무관용주의’를 적용한다.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이다. 그나마 최근 이적(利敵)단체 간부의 한·미 군사훈련 반대 시위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는 등 우리나라도 불법시위를 범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적 정의에 합당한 판결을 해주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4. 10. 2.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100201073937191004
권력층 불법에 無관용 원칙 지켜야
불법(不法)시위를 하면서 차도를 막은 혐의로 약식명령이 청구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11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집회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한 채 불법시위를 벌이고, 시위대를 막아서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다. 검찰이 이들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기까지 무려 2년10개월이 걸렸다. 이들이 당시 국회의원, 그것도 저명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이렇게 오랜 기간 처리를 미루다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했을지 의문이다.
당시 상황은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집회 및 시위가 불법을 넘어서서 무법적 상태로 치닫고 있던 때였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당이 대거 합동정당연설회를 개최해 시위는 더욱 격앙되고 급기야 시위대가 현직 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대표가 정 고문과 이 대표를 불법시위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을 고발한 서 대표는 이들이 불법·폭력 집회를 노골적으로 선동했으며 불법 집회 및 시위의 사실상 책임자이므로 법에 따라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처리를 지금까지 미루다가 이제야 약식명령을 청구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법원이 직권으로 ‘공판절차에 의한 심판’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하지 않은 채 기소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지난 3년 동안 검찰이 피의자 신분의 정 고문과 이 대표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들이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힘 있는 정치인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눈치보기 행태와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법 당국의 눈치보기와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서도 반복됐다.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과 운전기사 및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간부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귀가 조치하고 오히려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연행해 밤샘 조사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김 의원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마지못해 김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정 고문과 이 대표 및 김 의원은 모두 불법의 현장에 있었다. 만약 이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면 이른바 현행범이라는 것이다. 불체포 특권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현장 체포와 형사기소가 가능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불법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 연방 정부가 저소득 여성을 위한 낙태 지원금을 폐지하자 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불법시위와 통행 방해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시장은 체포되고 나서 7시간 만에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지만 경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불법시위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 특히, 소음을 일으키거나 사유지를 점거하는 과격·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현장에서 체포하는 ‘무관용주의’를 적용한다.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이다. 그나마 최근 이적(利敵)단체 간부의 한·미 군사훈련 반대 시위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는 등 우리나라도 불법시위를 범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적 정의에 합당한 판결을 해주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4. 10. 2.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1002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