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制 적용 대상 확대해야

2014-12-08

특별감찰관制 적용 대상 확대해야


정윤회 씨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면서 ‘특별감찰관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법은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의 비위행위를 감찰하기 위해 지난 3월 제정됐고, 6월 19일부터 이미 발효 중이다. 국회는 부랴부랴 특별감찰관 후보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후보자가 선정돼 특별감찰관이 임명된다 해도 과연 감찰관이 이 법의 목적대로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이 법은 감찰의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특별감찰의 대상에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검사·판사, 국회의원 등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데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고위공직자와 검사는 일반 검찰에서 수사가 가능하고, 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이 판사와 국회의원을 감찰하는 경우 삼권분립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혀 설득력이 없다. 수사 및 기소권도 없이 단지 감찰과 고발만 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을 감찰하는 것을 두고 권력분립에 반한다는 주장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검찰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대로라면 대통령 친·인척 및 수석비서관도 검찰이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는데 굳이 특별감찰관 제도를 두는 것 자체가 논리 모순이다. 

감찰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감찰 대상자의 공모자 또는 상대방 등 제3자에 대한 감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은 감찰 대상자 이외의 자에 대해 자료의 제출이나 출석·답변의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출석·답변에 협조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벌칙 규정도 없다. 자발적인 협조가 없으면 조사 자체가 어렵다. 그러니 비록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활동 중이었다 하더라도, 이번 정 씨 국정 개입 의혹 문건 사건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이 모두 수석비서관이 아니거나 현직이 아니므로 ‘감찰 대상’이 아니다. 감찰 대상이 있어야 의혹이 제기된 사람들에게 협조(?)라도 구할 수 있을 텐데 대상이 없으니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감찰의 대상이 제한돼 있다는 것 외에 특별감찰관의 권한이 너무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별감찰관의 권한은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거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공이 검찰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검찰 특수부가 감찰해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보고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복잡한 후보자 선정 절차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급의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30여 명의 인력과 수십억 원의 예산을 써가면서 몇 명 되지도 않는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감찰하는 별도의 조직을 둬야 할 이유가 뭔지 이해되지 않는다.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감찰 대상을 확대하고 감찰관의 독립적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2014. 12. 8.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1208010331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