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런던·도쿄를 보라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가 정책을 펴는 것 역시 선택의 결과다. 그런데 선택이 정말 어려운 순간이 있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을 모두 잃게 될 때에는 선택의 `결단`보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이 클 수밖에 없다.
수도권 규제가 그렇다. 1982년에 실시돼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었지만 어느 정권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를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소득도 없이 생채기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은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의 정책 목표다. 그런데 만약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거나, 반대로 지역균형발전에 함몰돼 강력한 수도권 규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 국가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수도권 입지 규제는 인구 집중과 과밀에 따른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오늘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인구의 집중화 현상이 과거와 같이 관리 불능 상태로까지 촉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교통과 환경 문제 역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어 규제보다는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이런 까닭에 우리처럼 수도권 규제를 실시하던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가 규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도권 규제의 목적에 인구 집중화 방지라는 원래 목적 외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특수한 목적이 하나 더해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과거의 런던, 도쿄, 지금의 프랑스 파리에 비해 입지 규제 대상 지역이 유례없이 넓다. 오늘날 런던, 도쿄, 파리, 중국 상하이 등 세계적 도시들은 메가시티 전략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개발을 통해 세계적 메가시티 대열에 합류해야만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경우 곧바로 지역경제가 피폐해지고 지역 발전이 중단된다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은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인가? 이는 수도권 규제가 지역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효과 분석에 달려 있다. 이미 30여 년을 실시했으니 그 영향과 효과에 대해 충분히 분석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나 반대하는 입장 모두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제로섬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은 결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윈윈게임(win-win game)이 될 수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한 지방의 재정건전성 확보, 교육·복지·의료서비스 확대를 통한 삶의 질 개선, 특화된 지역경제특구 개발과 고용 증대를 통한 지역 미래 세대 불안감 해소 등 지방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정말 통 큰 지원과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수도권 규제는 지역균형발전 문제와 분리해 규제 대상 지역의 필요성·적정성·타당성, 그리고 입지 규제, 대학 신설 규제, 조세 중과세, 개발 허용 면적 규제 등 규제 수단들의 적절성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비수도권은 비수도권대로 세력화·집단화해 자신들 주장만을 하고 있는 지금의 비생산적 행태를 과감히 버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생산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국회 또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수도권 규제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한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다소 더디더라도 제로섬이 아닌 윈윈이 되는 게임의 룰(rule)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일경제 2015. 4. 16. 매경의 창
https://opinion.mk.co.kr/view.php?sc=30500117&year=2015&no=364508
수도권 규제완화, 런던·도쿄를 보라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가 정책을 펴는 것 역시 선택의 결과다. 그런데 선택이 정말 어려운 순간이 있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을 모두 잃게 될 때에는 선택의 `결단`보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이 클 수밖에 없다.
수도권 규제가 그렇다. 1982년에 실시돼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었지만 어느 정권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를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소득도 없이 생채기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은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의 정책 목표다. 그런데 만약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거나, 반대로 지역균형발전에 함몰돼 강력한 수도권 규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 국가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수도권 입지 규제는 인구 집중과 과밀에 따른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오늘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인구의 집중화 현상이 과거와 같이 관리 불능 상태로까지 촉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교통과 환경 문제 역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어 규제보다는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이런 까닭에 우리처럼 수도권 규제를 실시하던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가 규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도권 규제의 목적에 인구 집중화 방지라는 원래 목적 외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특수한 목적이 하나 더해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과거의 런던, 도쿄, 지금의 프랑스 파리에 비해 입지 규제 대상 지역이 유례없이 넓다. 오늘날 런던, 도쿄, 파리, 중국 상하이 등 세계적 도시들은 메가시티 전략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개발을 통해 세계적 메가시티 대열에 합류해야만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경우 곧바로 지역경제가 피폐해지고 지역 발전이 중단된다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은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인가? 이는 수도권 규제가 지역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효과 분석에 달려 있다. 이미 30여 년을 실시했으니 그 영향과 효과에 대해 충분히 분석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나 반대하는 입장 모두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제로섬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은 결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윈윈게임(win-win game)이 될 수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한 지방의 재정건전성 확보, 교육·복지·의료서비스 확대를 통한 삶의 질 개선, 특화된 지역경제특구 개발과 고용 증대를 통한 지역 미래 세대 불안감 해소 등 지방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정말 통 큰 지원과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수도권 규제는 지역균형발전 문제와 분리해 규제 대상 지역의 필요성·적정성·타당성, 그리고 입지 규제, 대학 신설 규제, 조세 중과세, 개발 허용 면적 규제 등 규제 수단들의 적절성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비수도권은 비수도권대로 세력화·집단화해 자신들 주장만을 하고 있는 지금의 비생산적 행태를 과감히 버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생산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국회 또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수도권 규제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한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다소 더디더라도 제로섬이 아닌 윈윈이 되는 게임의 룰(rule)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일경제 2015. 4. 16. 매경의 창
https://opinion.mk.co.kr/view.php?sc=30500117&year=2015&no=364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