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與野, 김영란법 原案처리 약속 지켜야

2014-05-22

與野, 김영란법 原案처리 약속 지켜야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당부하면서 이 법안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화를 제시하면서 김영란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 법안이 입법예고되자 이해 당사자들은 위헌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을 했고 이로 인해 법안의 입법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그런데 공직자 비리 사건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고 이때마다 이 법안의 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원래의 김영란법보다 처벌 범위를 줄이고 수위(水位)도 낮춘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법안은 또다시 표류했다. 처벌 요건과 수위 등을 두고 여야(與野) 간의 입장이 달라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다. 하지만 국민은 여야가 입장 차이만 좁히면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믿지도 않았다. 법안을 처리하는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심지어는 국회의 전문위원들도 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생각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회가 과연 이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감지한 여야 지도부는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는 물론 정부안을 다시 손봐 원래의 김영란법에 가깝게 처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정부안이 원안(原案)의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원안에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공직자가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었지만, 정부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과태료나 징계를 부과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아 문제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는 변명을 한다. 원래 뇌물죄란 공직자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서 돈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공직자를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직무관련성은 입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원 역시 직무관련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은 공직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직자가 이유 없이 돈을 받았으면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말고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김영란법의 취지다. 

그런데 정부안은 형사처벌의 요건으로 직무관련성을 또다시 추가했으니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에 이 법안을 심의하면서 당초 원안의 입법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법안 처리를 제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다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긴 안목에서 이 법안은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상(像)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이 법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면 이 법안의 처리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니면 슬그머니 처벌 대상이나 처벌 수위를 낮추려고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만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번만큼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부패 없는 청렴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국회를 지켜보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4. 5. 22.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220103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