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기고] 법조계 전관예우는 범죄다

2014-05-30

[기고] 법조계 전관예우는 범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관피아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국가개혁의 선봉장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했으나 전관예우 문제로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전관예우는 관피아보다 더 치명적인 사회 악(惡)이다.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1년 남짓 동안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벌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신뢰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 사람의 50% 이상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기를 희망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승소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고위직 전관 변호사가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직접 변론서를 작성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이름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판사나 검사가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퇴직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판검사가 고위직 전관의 이름이나 대형 로펌의 상호 앞에 당당해지기가 쉽지 않다. 수임료 금액이 많다는 것 때문에 전관예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특허소송을 통해 수천억 원의 기업 부담을 줄여준 변호사가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서 안 되는 일을 되게 해 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받는 전관 변호사나 그들의 사건에 편의를 봐주는 판검사는 직업윤리를 저버린 `양심적 범죄자`다. 관피아는 정부 산하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 로펌의 고문, 전문위원 등 전문 인력 절반 이상이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국세청 출신이다. 


대형 로펌들이 원하는 것은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아니라 힘 있는 이들의 인맥과 정보일 것이라는 의심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가장 공정해야 할 법조계가 총체적인 비리의 먹이사슬에 얽혀 있고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법조비리 청산과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이런저런 대책들도 나왔다. 


하지만 사법비리, 특히 전관예우의 문제는 법이나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조인 스스로의 직업윤리와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상식적 수준을 넘어서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언가 옳지 않은 일일 수도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법조인 스스로 전관예우를 부끄럽게 여기고 자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법관ㆍ검찰총장ㆍ헌법재판관 등이 인사청문회를 할 때 `퇴직 후 변호사의 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아름다운 관행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 지위에 오른 분들은 이미 국가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며 연금만으로도 여생을 살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한평생 이룬 소중한 명예를 전관예우라는 부끄러운 일로 실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당사자는 물론 국민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명예를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부장판사, 부장검사 등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에게는 일정 기간 수임료를 제한하는 `수임료 상한제`를 변호사회의 자율규약으로 정하는 방안도 제안해 본다. 


이를 법률로 규정할 경우 시장경제 원리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위배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회가 자율적으로 이를 정하면 전관예우에 대한 불신도 없애고 사법정의의 실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만 맡겨서는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감시다. 전관예우는 범죄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양심 있는 법조인들은 전관예우를 스스로 단절할 것으로 확신한다. 법조계는 지금부터라도 전관예우의 사슬을 끊고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직업인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2014. 5. 29. 기고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836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