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누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인가

2012-11-08

누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인가


주식강제매각 경영 안정성 위협

외국자본에 금융 종속될 위험도

국가개입 커지면 시장만 위축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최근 배임·횡령 시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지분 매각을 강제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자본시장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주주에 대해 주기적으로 자격유지요건을 심사하고, 요건 미달 시 6개월 내 시정하지 못할 경우 의결권 제한 및 주식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불거진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준법성과 도덕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산업의 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법안이다.


대주주가 배임·횡령 등 불법을 저지르거나 법을 위반한 경우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대주주 개인의 과오에 의한 형사처벌 등 자격유지요건 미달로 주식매각이 강제될 경우 금융회사의 경영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대주주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형법과 금융관련법은 물론이고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 수많은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까지도 모두 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들이 부지불식간에 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해당 금융회사는 단기간에 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급격한 지배구조의 개편이 심각한 경영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 자격유지요건 심사를 하고 있으므로 제2금융권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은행은 금융회사로서 공신력 강화와 산업자본화 방지를 위해 주식의 보유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해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초과 보유하는 주주에 대해서만 자격유지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다. 


동일인의 지분소유를 10%로 제한하는 진입규제가 없고 초과보유 주식에 대한 사전 승인 절차도 없는 제2금융권에 대해서 은행과 유사한 주주 자격유지 요건심사를 하는 것은 법리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형사처벌로 보유주식을 당장에 시장에 내놓아야 할 경우 자본조달이 어려운 국내여건을 고려할 때 외국자본에 의한 약탈적 기업사냥에 노출될 위험성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토종 국내자본의 성장은 가로막히고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 자본에 더 종속돼 종국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을 말살시킬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외환은행의 인수과정을 통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뒤처진 국내 금융업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인데 오히려 대주주 요건을 강화할 경우 기업 경영활동 제약으로 글로벌 금융사의 출현이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입법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인기에 편승하려는 한탕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최근 이런 법안들을 앞다퉈 내놓는 까닭은 대기업을 때리면 정치 불신이 해소될 것이라는 착각과 국가가 개입해야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결국 국민이 편안하게 잘사는 나라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외국 자본에 우리의 금융시장을 내 주고 그 피해는 회사에 투자한 다수의 소수 주주, 그리고 국민이 고스란히 입는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고 만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가 이런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보다 실증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해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 2012. 11. 8 시론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1070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