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심학봉 사건’ 국회 自淨 시금석이다

2015-08-07

‘심학봉 사건’ 국회 自淨 시금석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원의 역할은 크고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뜻을 모아 규범을 만들면 그것이 바로 ‘법률’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기에 국회의원의 의사(意思)는 논리적으로 ‘국민의 뜻’이라 할 수 있다. 즉 ‘법률’은 국민의 뜻이며, 이러한 국민의 뜻이 모아 진 법률에 의한 국가통치시스템을 법치주의라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법치주의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많은 권한과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세비·운영비·보좌진 인건비 등 1인당 연간 7억 원이 넘는 국가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국민의 뜻을 잘 살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의 자연인이기 이전에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다. 언행 하나하나가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국민의 얼굴이고 체면이다.


심학봉 의원이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날 회의에는 불참한 채 여성과 호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폭행 여부에 대해 피해 여성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경찰은 무혐의 처리로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의 비난 여론은 식지 않고, 야당은 해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해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윤리위가 19대 국회 임기 동안 의원에 대한 징계 안건을 처리한 사례가 없어 이번에도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설사 징계가 이뤄지더라도 경찰이 이미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제명’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성폭행 여부에 있지 않다. 성폭행인지 합의에 의한 성관계인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국회에서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호텔에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국회의원의 직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일반인도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회사로부터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하물며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뜻과 자신의 직무를 저버리고 일탈행위를 했다면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국민은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없다. 국민소환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 장치로는 국회 윤리위가 유일하나, 이 역시 국회의원을 ‘제명’한 전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막 카드는 해당 의원이 스스로 그 직을 사퇴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대표로 뽑아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만약 해당 의원이 성폭행하지 않았는데 사퇴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더욱 참담한 일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역 주민을 또 욕보이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조롱과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책임지는 결단을 하기 바란다. 정치권 역시 ‘동료 감싸기’를 버리고 윤리특위를 제대로 가동해 강력한 자정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 사건을 국회의원 한 사람의 실수쯤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응조치가 필요하다. 여야 모두 정략적 이익을 떠나 정치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조속히 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5. 8. 7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807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