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쿠팡의 배송로켓, 계속 날 수 있을까?

2015-11-13

쿠팡의 배송로켓, 계속 날 수 있을까?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시작된 '배송 전쟁'이 시장 경쟁을 넘어 사법적 문제로 확전되었다. 로켓배송 서비스가 화물자동차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용 차량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 배송'이라는 고발에 대하여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쿠팡의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고 현재 심리 중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는 '자가용 화물자동차 소유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 측은 운송비를 받지 않는 무료 배송이므로 '유상 운송'이 아니어서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고, 물류협회 측은 비록 운송비를 받지는 않지만 상품 가격이 9800원 이상이어야 무료배송이 가능하고 반품 때는 5000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상품 가격에 운송비가 포함된 것으로서 '유상 운송'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쿠팡의 성공 전략이었던 로켓배송을 포기해야 하거나 아니면 택배회사들 시장 잠식이 불가피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법원에서는 쿠팡 로켓배송이 사실상 유료냐 무료냐를 놓고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사법부 판단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로켓배송의 '유상' 여부를 판단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유상'으로 판단되면 불법 운송이 되고, '무상'으로 결정되면 계속해서 로켓배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판단을 하더라도 논란은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화물자동차가 버스나 택시만큼 공공성이 강한 것인지, 경영합리화를 통하여 상품 가격을 낮추어서 운송비를 절감한 것도 유상 운송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상품 가격에 사실상 운송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 생태계를 철저히 평가·분석한 후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여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사법부 판단이 지연되고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관련 업계는 엄청난 지각변동 속에 노출되어 있다. 쿠팡은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배송인력 4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당일배송인 'CJ 더(The)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개시했고, CJ오쇼핑도 수도권 지역에서만 시행하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G마켓과 옥션은 '스마트 배송'이라는 묶음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티몬도 당일 배송 서비스인 '슈퍼배송'을 시작했다. 


이처럼 배송 전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법원 판단만을 기다리거나 법령의 해석에만 매달리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다. 통신판매업자가 자신의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분명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가 공익 목적상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시장진입 제한인지에 대해 보다 적극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젊은이들의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생각해보자. 보통 자신의 차로 피자를 배달하고 주문한 사람에게서 팁을 받는다. 사실상 배달료로 볼 수 있다. 자가용으로 유상 화물운송 행위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처벌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은 해석하기에 따라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부 당국은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하루빨리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 상황을 분석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쿠팡의 로켓이 떨어질지 계속 날지 불안한 상태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2015. 11. 13 매경의 창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80770&year=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