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議員 겸직’ 금지 범위 축소 말라

2014-07-04

‘議員 겸직’ 금지 범위 축소 말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겸직금지’에 대한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자 국회가 특권 내려놓기를 또 뭉개려 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국회 대변인은 서둘러 의장이 겸직금지안을 거부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국가개조 또는 국가개혁이다. 국가개조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관피아, 법피아 등 이른바 겸직이나 전관예우 관행 척결이다. 겸직이나 전관예우가 부실한 관리·감독과 부정·부패의 시작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겸직금지는 단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는 자리를 겸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의 국회법은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대해서는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공익 목적 명예직’의 범위를 국회는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체육 관련 단체장을 비롯해 각종 단체·협회 회장 등의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국회의원이 비인기 종목의 체육단체장을 맡으면 해당 종목의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체육 단체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감사를 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또한 체육단체나 협회장은 활동비와 차량 등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순수한 명예직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윤리심사자문위가 체육단체장 등의 겸직을 금지하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직금지에 반발하는 것을 보면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이권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작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또는 국피아(국회의원+마피아)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는 것이 국회의원들이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국회의원의 공공기관 낙하산 취업을 막기 위해 지난달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발의에 필요한 국회의원 10명의 서명을 얻지 못해 법안을 발의조차 못하고 있다.

겸직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29조를 보면 황당한 생각마저 든다.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규정해 놓은 것이다. 헌법 해석상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니까 아예 국회법에 못을 박아 논란을 잠 재워 버린 것이다.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얘기가 정치인 기용설이다. 정치인은 다른 사람보다 비교적 쉽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현재까지 국회의원 출신 후보자에게서도 다른 낙마자들과 유사한 의혹과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출신은 전원 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권력분립의 원칙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원리를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정부와 국회에서 보수를 다 받으면서 국회의 표결에도 참가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에도 맞지 않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특권을 내려놓고 이권이 있음직한 직을 겸하지 않는 것이 국가개조의 출발이다. 이번만큼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국회 스스로 의원의 겸직금지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국무위원 겸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2014. 7. 4.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040107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