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금융개혁에 거는 기대

2015-12-29

금융개혁에 거는 기대


정부는 노동·공공·금융 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며 '규제'를 '개혁 대상'으로 삼아 부처별로 다양한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 부문은 지금이 아니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의 변방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금융 개혁을 국정과제의 단골 메뉴로 올려왔지만 금융은 규제 산업이라는 낡은 사고방식과 금융당국의 보신주의 때문에 번번이 구호에만 그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올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 개혁은 내용과 시장의 반응이 사뭇 예전과 다르다. 


세계가 동시에 호흡하는 오늘날의 글로벌 금융 체제에서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업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시장 환경을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핀테크 활성화, 그림자 규제 개선 방안이나 금융 산업 중 가장 규제가 많다는 보험 산업의 경쟁력 강화 로드맵 발표 등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지돼오던 보험 분야의 가격 규제를 전면 자율화한 것이 눈에 띈다. 상품 인가제를 폐지하고 각종 보험료율 산정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등 사전적 규제를 철폐한 것은 규제권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고 시장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금융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권한을 가진 자가 스스로 칼을 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험 산업의 전면적인 가격 자율화가 22년 만의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제 공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어렵게 이뤄낸 금융 규제 개혁의 성과를 시장과 소비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금융업계가 힘써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우리의 금융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가격을 인상하거나 단기 실적을 위해 가격을 덤핑해 시장이 혼탁해질 경우 이번 금융개혁이 자기 살을 깎아 먹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규제의 우산에 안주하던 금융회사들은 이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쟁력이 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우리 토양에서도 세계적인 금융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되 시장의 자율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제 막 시작된 금융 개혁이 중도에 좌초되지 않고 금융 시장,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울경제 2015. 12. 29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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