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자신들의 문제를 헌재까지 끌고 간 국회

2016-01-29

자신들의 문제를 헌재까지 끌고 간 국회


어제 헌법재판소에서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2015년 1월 30일 사건이 접수된 후 1년 만에 이루어진 심사 절차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안처리가 고착 상태에 빠질 경우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거나 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현행 국회법상으로는 국회의장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만 법안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고 국회는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막고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자는 명분으로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즉 국회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 파행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국회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하였다. 실제로 제19대 국회는 국가 현안의 해결에 필요한 긴급 법안이라도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있는 쟁점 법안이 돼 버리면 그 처리가 요원해졌을 뿐만 아니라 쟁점 법안이 아닌 일반 법안도 쟁점 법안에 묶여 처리가 무산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입법 과정의 장기화로 인해 과도한 사회비용이 초래되고, 여야 합의 과정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누더기 법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쟁점 법안을 처리하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법안을 끼워 처리하는 이른바 '법안 끼워 팔기'의 나쁜 관행이 고착화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하여 충분히 입증되었으나 국회선진화법의 개정 역시 국회선진화법의 규정에 가로막혀 개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회 스스로 만든 법이 잘못됐다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 안에서 고치려고 해야지 헌법재판소에 의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해 적극적일 리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 스스로 이 법을 손질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 이 법의 위헌성 판단을 청구하여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다고는 하나 앞으로 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다수결에 대한 예외로 가중다수결을 정한 국회선진화법을 '특별한 법률의 규정'으로 본다면 형식적으로는 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안'이 아닌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법률안을 처리하는데 언제나 가중다수결을 규정한 것은 다수결 원칙에 대한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제약을 하는 것이며, 이는 대의제도와 국민주권주의라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도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 국가 현안을 해결하고 대응하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국회는 더 이상 자신들의 전속적 권한인 입법권을 가지고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국회선진화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제18대 국회 마지막에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다. 이제 19대 국회 마지막이다. 제19대 국회는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 생각하고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여 제20대 국회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기 바란다.


매일경제 2016. 1. 29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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