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대입 학생부전형때 고교 차별해선 안돼

2016-10-07

대입 학생부전형때 고교 차별해선 안돼


세계행복지수 58위, 아동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어른이나 아이나 이런저런 걱정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걱정거리는 무엇일까? 세대별·계층별로 다르겠지만 학생을 둔 부모들에게는 교육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관심은 명문 대학 입학에 집중되어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대학에 가려면 10년도 더 후의 일이지만 대학입시 정책이 바뀌면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인다. 지금의 대학입학 전형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 대학입시가 오죽 복잡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해서 입시설명회를 했다고 한다.


대학마다 수시 입학 전형이 한창이다. 이번 수시의 특징은 학생부종합 전형의 비중이 커진 것이라고 한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나뉘는데, 학생부종합 전형은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한 학내 활동을 서류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영업실적을 평가하는 회사도 아닌데 3년 동안 학생들의 무슨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공정성, 객관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광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특정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일이 비단 이 학교에서만 일어났을까? 상당수의 학교들이 20~30여 명의 학생에게 교내 수상이나 특별활동 성과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학생부를 특별 관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니 학생부종합 전형은 집안 배경이 좋은 학생들을 위한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20~30여 명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깊은 패배감과 불평등한 부조리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학생부 전형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주장이다. 하지만 숨은 진짜 속마음은 대학입시의 주도권을 교사들이 쥐겠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전형 방법이 복잡하고 그 기준이 불분명하면 그만큼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력이 부족해도 그 허점을 잘만 이용하면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기부입학이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또는 권력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실력이 안 되는 자녀를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복잡하고 불분명한 입시제도하에서는 허점을 이용하거나 학생부를 잘 관리하면 실력이 부족한 자식이라도 명문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명문 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잘만 하면 법학전문대학원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변호사나 의사도 만들 수 있다. 음서제의 바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기우일 뿐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지금 또는 장차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학생부 전형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진짜 '진정한(?)' 학생부 전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나 지방의 고등학교나 차별 없는 동등한 기준으로 학생부가 평가되어야 한다. 


지금쯤 대학들은 지원자들의 학생부를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명문 대학들이 솔선수범해서 모든 고등학교의 학생부를 동등하게 평가해주길 바란다. 기존 입학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나 특목고 학생들의 학생부를 가중 평가하는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교육당국도 대학들의 이러한 꼼수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규제해야 할 것이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 전형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대학들이 모든 고등학교의 학생부를 동등하게 평가해서 '기회의 평등성'만이라도 실현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일경제 2016. 10. 7 매경의 창

http://news.mk.co.kr/newsRead.php?no=699763&year=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