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애국텐트와 세월호 천막 함께 헐어야

2017-02-06

애국텐트와 세월호 천막 함께 헐어야


읍참마속. 울면서 마속(馬謖)의 목을 벤다. 제갈량은 친자식처럼 여기던 마속이 군령을 어기고 싸움에서 대패하자 군율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했다. 원칙과 기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고 지켜져야 한다. 원칙과 기준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자세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원칙과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관용을 베풀면서 자기에게만 원칙과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누구나 억울하고 반발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광장의 ‘애국텐트’ 철거를 위해 서울시가 행정대집행(代執行)을 추진하자 텐트를 설치한 단체는 ‘세월호 유족 천막’부터 먼저 철거하라고 응수하면서 이 문제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슈화하고 있다. 농성 천막의 철거를 둘러싼 갈등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지난 2013년 덕수궁 대한문 앞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 천막을 수년째 자진 철거하지 않자 중구청이 이를 강제로 철거한 일이 있었다. 이것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돼 지지와 비판의 상반된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반 시민들의 공간, 그것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덕수궁 앞에 불법 시설물을 수년째 장기간 무단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철거하는 공무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강제철거를 잘한 일이라고 두둔하는 여론도 있었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 한뎃잠을 자며 버텨온 공간을 강제로 철거한 것은 너무나 가혹한 법 집행이라는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


서울시는 2년 반도 넘은 세월호 유족 천막은 서울시의 요청에 의해 설치돼 합법적이고, 2주 전 설치된 애국텐트는 사용 신청을 하지 않아 불법이라고 한다. 일부 절차적으로 양자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시민들의 공간을 누군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가치나 신념에 따라 어느 것은 불법적인 것처럼, 다른 것은 합법적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이중적 잣대로 원칙과 기준을 바라보면 어떤 법 집행이든 항상 억울하고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또 다른 유리창을 깨도 상관없을 것 같은 도덕적 해이가 생기고, 이런 생각이 점점 확산되면 어느덧 그 지역 전체가 무법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경고가 있다. 그래서 법과 원칙의 차별 없는 엄격한 집행이 중요한 것이다. 국회 청문회, 특별검사팀, 헌재의 탄핵심판 등을 통해 세월호를 둘러싼 의혹들은 철저히 조사되고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이제 세월호 유족 천막을 스스로 접어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탄핵 반대 단체도 애국텐트를 스스로 철거해 공권력과의 극단적 마찰을 피하기 바란다.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찬반 집회를 이어 가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특검은 지금 그들의 역할을 헌법과 법에 따라 충실히 잘하고 있다. 장외에서 세 대결이나 세 과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부모와 자식들이 이념적 갈등으로 서로 반목해야 할 까닭이 전혀 없다. 더 이상 반목과 갈등이 깊어진다면 소통과 봉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조금은 차분하게 특검의 수사를 지켜보고,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옳다. 각자 자리에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문화일보 2017. 2. 6 포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206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