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장동 특검’ 서둘러야 하는 이유

2021-11-16


[문화/오피니언 포럼] ‘대장동 특검’ 서둘러야 하는 이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개혁은 현 집권 세력이 가장 내세우는 공적 가운데 하나다. 검찰개혁을 통해 검찰의 탈(脫)정치화가 이뤄졌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민의 눈에는 지금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치검찰의 막장처럼 보인다.

오는 22일이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 사건의 몸통인 ‘배임(背任) 윗선’을 규명하지 못한 채 ‘실무자 일당’만 기소하는 식으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와중에 수사 총책임자인 김오수 검찰총장과 전담수사팀을 지휘하는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휴가나 병가를 내고 자리를 며칠씩 비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10∼12일 치과 치료를 사유로 병가를 냈고, 김 차장검사는 8∼10일 사흘간 코로나19 검사를 이유로 연가를 냈다고 한다. 김 차장검사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자가 격리할 의무도 없는데 말이다. 시간 끌기, 꼬리 자르기 등 국민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대로 검찰의 수사가 전개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다. 수사를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성남시의 개입 여부 등 ‘윗선’에 대한 수사의 진척은 전혀 없다.

대장동 의혹을 푸는 핵심적 단초가 될 수 있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 대한 수사부터 해야 할 텐데 의혹 당사자인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은 ‘배임’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일부 개발업자들의 사기극만으로는 그런 거대한 특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000억 원대의 민간업자 수익을 가능케 한 사업 설계·추진의 책임 소재와 배임 규모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배임 혐의자는 유 씨와 김 씨 등 민간업자가 전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사업 설계를 본인이 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민간 특혜의 토대가 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공모지침서에서 빠진 것이 자신의 지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성남시 관계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김 씨 구속 만료까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제는 성남시 관계자들을 조사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은 후보자에 대한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시간 끌기,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다면 국민은 검찰 수사를 기대도 신뢰도 하지 않을 것이다. 특검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에 무의미한 시간을 더 줄 정도의 시간적 여유도 없다. 특검을 당장 추진해도 국회 논의와 특검 구성에만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검찰의 획기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더는 지체하지 말고 당장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 대선 전에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2021.11.16일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11160103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