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與 발의 악법은 언론자유에 선전포고

2021-04-21


[문화] 與 발의 악법은 언론자유에 선전포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9일 최강욱 의원 등 열린민주당 의원 3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이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그 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여러 가지 법리에 맞지 않고 독소적인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제도의 도입과 언론중재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만든다는 규정은 대놓고 언론을 학살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언론중재위는 언론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측과 언론사 간의 분쟁을 중재하는 기관으로서, 고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서 법관 이외의 공무원이나 정당원은 중재위원이 될 수도 없다. 그런데 개정안은 중재위를 문체부 소속의 언론위원회로 바꾸고 공무원도 중재위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선을 통해 선출하던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10명 이상으로 신설되는 상임위원도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거나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완전히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기도 한 황희 문체부 장관조차 개정안을 ‘수용 곤란’하다고 했겠는가.

법안을 발의한 범여권 의원들이 주장하는 명분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번만이 아니라 가짜 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현행법으로도 사실이 아닌 허위사실을 보도할 경우 얼마든지 처벌 또는 규제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법률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기본적 시각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모두 가짜 뉴스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다룬 기사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미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데서 보더라도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 수 있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한 이래 지금처럼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표현 중에는 혐오적이고 왜곡된 거짓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그런 것들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수준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가나 법률이 그것들을 미리 걸러서 국민에게 내놓겠다는 것은 지나친 후견주의적 태도로,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올리버 W 홈스 연방대법관이 판결문에 쓴 표현이다. 그는 진실에 대한 최선의 검증은 시장에서 사상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스스로 수용되는 생각의 힘이라면서, 이러한 소중한 기능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혐오스럽거나 극도로 불편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견조차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해선 안 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가짜 뉴스 규제라는 명분으로 후퇴시키려는 행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출처: 2021. 4. 21일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421010731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