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석연찮은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법 제정 시도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자율규제를 성실히 추진하고 있던 플랫폼 사업자들의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이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전방위적 규제를 시도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모두 온라인 플랫폼과 이해관계의 접점에 있는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선점해 버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숟가락을 얹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표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가치를 핵심적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었기에 이른바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포섭하면서 동시에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도 설득할 수 있는 ‘자율규제’와 ‘상생’이라는 묘수를 발굴했고 이를 핵심 공약으로 확산시켰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던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은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플랫폼 자율규제 활동의 확산이 시작됐고, 정부도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공정위가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온플법을 이름만 바꾸어 재추진하려고 하니 업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특히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법 제정 추진의 이유를 ‘자율규제의 실패’때문이라고 할 공산이 크다. 지난 2년간 자율규제 활동을 지켜보았으나 의미 있는 성과 또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정부 규제 근거법을 제정하려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활동과 달리 정부가 주도했던 플랫폼 자율규제 활동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어 어느 정도 실패가 예견됐다. 예컨대 자율규제 ‘갑을분과’는 갑(플랫폼)과 을(입점업체, 배달종사자 등)이 자율적으로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율규제 활동처럼 보였지만, 이러한 형태의 자율규제는 ‘갑을’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율규제’라기 보다는 ‘갑’의 일방적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심리적 타율(?)로 볼 수밖에 없다. ‘갑을관계’를 당사자에게만 맡겨둔다면 지위가 약한 ‘을’에게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해결하라고 정부가 압박(?)을 한다면 분쟁 발생의 책임과 비난은 일방적으로 ‘갑’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을’이 만족하는 수준의 ‘갑’의 양보가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됐어야 했다.
바람직한 자율규제 영역과 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운영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모호한 개념의 ‘자율규제’로 넘겼다가, 문제해결이 안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자율규제의 실패’를 내세워 정부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 규제와 달리 자율규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부, 특히 공정위는 규제의 칼날부터 빼려 하지 말고 플랫폼과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상생은 물론 이용자도 만족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활동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애정을 갖고 좀 더 지켜봐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이투데이 2023.12.20일자 기고
https://www.etoday.co.kr/news/view/2312929
[이투데이] 석연찮은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법 제정 시도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자율규제를 성실히 추진하고 있던 플랫폼 사업자들의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이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전방위적 규제를 시도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모두 온라인 플랫폼과 이해관계의 접점에 있는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선점해 버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숟가락을 얹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표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가치를 핵심적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었기에 이른바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포섭하면서 동시에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도 설득할 수 있는 ‘자율규제’와 ‘상생’이라는 묘수를 발굴했고 이를 핵심 공약으로 확산시켰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던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은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플랫폼 자율규제 활동의 확산이 시작됐고, 정부도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공정위가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온플법을 이름만 바꾸어 재추진하려고 하니 업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특히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법 제정 추진의 이유를 ‘자율규제의 실패’때문이라고 할 공산이 크다. 지난 2년간 자율규제 활동을 지켜보았으나 의미 있는 성과 또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정부 규제 근거법을 제정하려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활동과 달리 정부가 주도했던 플랫폼 자율규제 활동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어 어느 정도 실패가 예견됐다. 예컨대 자율규제 ‘갑을분과’는 갑(플랫폼)과 을(입점업체, 배달종사자 등)이 자율적으로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율규제 활동처럼 보였지만, 이러한 형태의 자율규제는 ‘갑을’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율규제’라기 보다는 ‘갑’의 일방적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심리적 타율(?)로 볼 수밖에 없다. ‘갑을관계’를 당사자에게만 맡겨둔다면 지위가 약한 ‘을’에게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해결하라고 정부가 압박(?)을 한다면 분쟁 발생의 책임과 비난은 일방적으로 ‘갑’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을’이 만족하는 수준의 ‘갑’의 양보가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됐어야 했다.
바람직한 자율규제 영역과 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운영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모호한 개념의 ‘자율규제’로 넘겼다가, 문제해결이 안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자율규제의 실패’를 내세워 정부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 규제와 달리 자율규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부, 특히 공정위는 규제의 칼날부터 빼려 하지 말고 플랫폼과 소상공인(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상생은 물론 이용자도 만족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활동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애정을 갖고 좀 더 지켜봐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이투데이 2023.12.20일자 기고
https://www.etoday.co.kr/news/view/231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