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 정치 혐오 키울 ‘이재명 불체포 특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 12월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3번째 공판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증언했다. 검찰의 주장과 유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고 김문기 씨와 2009년부터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 등을 통해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특히, 2015년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와 김 처장이 골프, 참돔 낚시 등을 함께했다는 주장과 관련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제시한 2015년 호주 출장 동행 사진을 두고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면서 ‘여행을 함께했다고 친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도 없고 마주하는 장면도 없다’고 반박했다. ‘공무 출장’을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이 대표와 김 처장이 2015년 뉴질랜드의 한 공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나무 둘레가 얼마나 큰지 재보는 듯한 모습이 찍힌 사진도 공개됐지 않은가.
한편, 지난달 30일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지난해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과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와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예비후보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 등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하 의원과 제3자 뇌물·배임 등 5개 혐의를 받는 이 대표, 뇌물·알선수뢰·정치자금법 위반 등 3개 혐의를 받는 노 의원이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극단을 보여준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 대표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기소됐거나 예견된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성남FC만이 아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네 단계나 올려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시행사인 베지츠종합개발이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시유지를 30년간 임대하는 수의계약을 했고, 이 사업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전례 없는 종 상향을 시켜준 특혜 의혹, 2018년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해 줬다는 의혹 등 참으로 많은 사건이 이 대표와 얽혀 있다. 이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국회에 제출된다면 야당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패키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서로 모르는 것처럼 공무 출장을 함께 갔던 당시 도개공 개발처장도 모를 수 있다는 이 대표 측의 주장에 그 누가 수긍하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이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거짓이라며 마치 자신이 정치 탄압의 희생양인 듯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 혐오가 더 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2023.4.3일자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40301073111000002
[문화/포럼] 정치 혐오 키울 ‘이재명 불체포 특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 12월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3번째 공판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증언했다. 검찰의 주장과 유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고 김문기 씨와 2009년부터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 등을 통해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특히, 2015년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와 김 처장이 골프, 참돔 낚시 등을 함께했다는 주장과 관련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제시한 2015년 호주 출장 동행 사진을 두고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면서 ‘여행을 함께했다고 친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도 없고 마주하는 장면도 없다’고 반박했다. ‘공무 출장’을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이 대표와 김 처장이 2015년 뉴질랜드의 한 공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나무 둘레가 얼마나 큰지 재보는 듯한 모습이 찍힌 사진도 공개됐지 않은가.
한편, 지난달 30일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지난해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과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와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예비후보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 등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하 의원과 제3자 뇌물·배임 등 5개 혐의를 받는 이 대표, 뇌물·알선수뢰·정치자금법 위반 등 3개 혐의를 받는 노 의원이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극단을 보여준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 대표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기소됐거나 예견된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성남FC만이 아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네 단계나 올려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시행사인 베지츠종합개발이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시유지를 30년간 임대하는 수의계약을 했고, 이 사업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전례 없는 종 상향을 시켜준 특혜 의혹, 2018년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해 줬다는 의혹 등 참으로 많은 사건이 이 대표와 얽혀 있다. 이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국회에 제출된다면 야당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패키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서로 모르는 것처럼 공무 출장을 함께 갔던 당시 도개공 개발처장도 모를 수 있다는 이 대표 측의 주장에 그 누가 수긍하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이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거짓이라며 마치 자신이 정치 탄압의 희생양인 듯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 혐오가 더 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2023.4.3일자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403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