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디지털 혁신’ 전담 부서 필요하다

2022-03-23


[문화/시평] ‘디지털 혁신’ 전담 부서 필요하다



尹정부 ‘디지털미디어部’ 검토

과학기술 분리해 교육과 통합

방향 옳지만 자칫 개악할 우려


분산된 데이터 영역 통합하되

ICT와 콘텐츠 분야는 나눠야

과기-산업-혁신部 역할 중요


오는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를 이끌 정부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세간의 관심이 많다. 벌써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비록 미확인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더라도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를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혁신부를 신설하고, 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합하는 과학기술교육부 신설을 검토한다 한다. 기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진 미디어 콘텐츠 관련 정책 기능을 통합해 일관성을 높이고, 과학기술은 ICT와 분리해 교육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종래 방송위원회의 역할과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박근혜 정부) 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재인 정부)로 개편했고, 이는 적잖은 불합리와 부작용을 낳았다. 새 정부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은 너무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도된 것처럼 개편이 이뤄진다면, 이는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시대에 역행하는 개악이 될 것이다. ICT와 미디어는 그 속성이 완전히 상반되므로, 이를 하나의 부처에서 동일 방식으로 규제한다면 ICT와 미디어의 생태계 모두가 고사할 수 있다.


미디어는 공공성과 보편성 등을 속성으로 적극적 규제가 필요한 영역인 데 비해, ICT는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을 기본 속성으로 소극적 규제가 요구되는 분야다. ‘미디어’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곤란할 정도로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각각의 의미마다 속성이 달라서 이를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미디어’ 영역과 ICT를 하나로 묶어 규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애플, MS,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이 7개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5개 빅테크 기업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GDP의 5배에 이른다. 플랫폼과 인터넷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ICT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이 매우 강한 나라로 평가된다. 가격통제를 비롯한 ‘정부의 기업 활동 개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강하다’는 게 우리나라 ICT 규제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글로벌 마켓의 시각이다.


우리나라가 ICT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지털 혁신은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혁신산업 진흥 등을 통해 이룩할 수 있다.


지금의 정부 조직은 이러한 디지털 혁신 정책을 과기부·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문체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해 놓고 있다. 부처 간의 비생산적 경쟁과 정책의 중복 추진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정책’만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있는데도 금융위원회는 ‘금융 데이터’, 과기부는 ‘과학기술 데이터’, 산업부는 ‘산업 데이터’라는 명분으로 제각각 데이터 활용 정책과 법률 제정을 추진하다 보니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 인수위가 이들 분야를 통합하려는 구상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ICT를 미디어와 통합하는 것은 곤란하다. 즉, 방통위와 문체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미디어 콘텐츠 관련 정책을 통합하는 것은 옳지만, 여기에 ICT 영역을 통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는 산업 부문은 그리 많지 않다. 반도체, 2차전지, 플랫폼, 자동차, 바이오 정도일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시장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약속을 이행할 때, 이미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ICT 산업 분야가 잘못된 거버넌스 개편으로 오히려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의 속성에 따라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과기부에,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는 산업부에,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혁신산업 진흥’은 디지털혁신 전담 부처에 맡기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합리적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2022. 3. 22일자 시평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20322010330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