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野라도 공수처 폐지법 내야 할 절박성

2021-04-06


[문화] 野라도 공수처 폐지법 내야 할 절박성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까지 바꿔 가며 기어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킨 여당과 그 지지자들이 시종일관 내세웠던 명분은 ‘검찰개혁’이다. 도대체 ‘검찰개혁’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입버릇처럼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정치검찰을 개혁하는 것’이란 주장만 되풀이해 왔다. 국민 입장에선 기왕에 공수처가 설치됐으니 이제부터라도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불편부당한 수사를 해서 그 사명과 역할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공수처가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수처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기대마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 몰래 정부 과천청사로 들어오게 했다고 한다. 피의자를 수사기관장의 관용차까지 동원해 ‘모신’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2016년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청사 안에서 웃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던 사실을 기억해 보면 이번 공수처장의 태도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국민이 분노한 핵심 포인트는 일반 국민과 권력층을 달리 대하는 검찰의 태도였다.

현직 지검장을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특별히 모신 공수처가 그 당시의 검찰과 뭐가 다른가.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담당 사건 대부분이 정치적 쟁점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공수처장의 태도를 보면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준의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적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공수처를 폐지하는 게 답이다.

공수처를 폐지하는 방법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거나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 1월 28일, 공수처의 설립과 운영 근거를 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결정은 ‘공수처법 조항 중 수사·기소 대상을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가족으로 명시한 것과, 공수처 검사의 직무 범위를 정한 것’만을 심판 대상으로 삼았고, 다른 쟁점들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각하했다.

공수처는 행정부에 속한다고 봐야 하므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헌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많은 법률 전문가는 ‘수사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침해하는 권력기관인 공수처가 헌법상 소속도 없이 다른 헌법기관(국회, 법원 등)을 통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 ‘검찰총장’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공수처장’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없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수사와 기소권을 공수처장이 나눠 행사하는 게 헌법상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공수처법의 위헌적 요소가 상당히 있는데도 이를 각하해 버린 헌재의 결정이 아쉽다.

결국, 이제 남은 방법은 국회, 특히 야당이 더욱 적극적으로 공수처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수적으로 절대열세인 야당의 힘만으로는 공수처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출처: 문화일보, 2021. 4.6일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406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