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위헌’ 공수처 출범과 憲裁 직무유기

2021-01-08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집요할 만큼 무리하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를 밀어붙였다. 공수처장 추천이 입맛대로 안 되자 여당 단독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법을 개정해 추천위원회의 의결 방법마저 바꿔 버렸다.


지식인들과 야당이, 검찰개혁을 반대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무조건 발목을 잡기 위해 공수처의 설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공수처를 설치해서 안 되는 이유를 수없이 경고했다. 첫째,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둘째, 공직 비리는 상당 부분 민간 부문의 부패와 연계되므로 공수처와 검찰의 권한이 충돌될 수밖에 없다. 셋째, 공수처는 비리 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을 명분으로 공직자 감시 또는 사찰기구로 전락할 소지가 충분하다.


공수처가 사명을 다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불편부당한 수사를 해준다면 그나마 우려는 조금 불식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보장돼야 한다. 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조직의 인적 구성을 대통령·국회·법원이 대등하게 추천하고, 특히 국회 추천의 경우 야당 몫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는 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의 영향력은 추천위원 7명 중 2인을 추천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야당 추천위원 전원이 반대해도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어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다.


공수처 담당 사건은 그 성질상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므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가졌거나 특정 정파적·이념적 활동을 한 사람은 공수처의 구성원이 돼선 안 된다. 하지만 공수처법상 공수처장 또는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다. 이번에 법을 개정하면서 공수처장 등의 자격 요건을 오히려 낮춘 것은 친정부 성향의 법원 연구회나 변호사 단체 인사들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행정부는 물론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의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수처가 오히려 헌법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형적 기관이라는 점도 문제다.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눠 상호 견제·감시하게 하는 삼권분립은 가장 기본적인 헌법 원리다. 찬성론자들은, 헌법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처럼 공수처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권위와 달리 공수처는 수사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침해하는 권력기관이므로 헌법상 소속도 없이 헌법기관을 통제하는 건 위헌이다. 또한, 헌법에 ‘검찰총장’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공수처장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없으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와 기소권을 공수처장이 나눠 행사하는 게 헌법상 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공수처법은 위헌적 요소를 상당히 안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심판이 이미 청구돼 있다. 공수처가 출범한 뒤에 위헌결정이 나면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 게 분명하다. 헌재(憲裁)가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라는 존재적 사명을 잊지 않았다면 공수처 출범 전에 조속히 위헌 여부를 심리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해 주기 바란다.


출처: 2020. 12. 30일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21&aid=0002454834&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